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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콘의 그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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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che12 조회수 : 1935 좋아요 : 0 클리핑 : 0
김교수님을 만난다고 고백한 그녀에게 사실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습니다.

중년의 남성에게 패배한 30살 청년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알고도 그 사람을 선택한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배신감? 같은 복잡한 감정이 피어 올랐습니다.

나는 내가 이해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말 이해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우리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으니 네가 나한테 미안해 할일은 아닌거 같고...김교수님이랑 만나는 것은 비밀로 할테니....걱정하지 말고....

그리고는 그녀를 남겨둔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삼일 학교에 가지 않았고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호감이었으니 마음에 상처까지는 아니었으나 어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듯한 묵직함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모임을 나갔을 때 학교에서 퇴근 하는 김교수와 그 뒤를 멀찍이서 따라가고 있는 그녀를 보았습니다. 흰 티셔츠에 걸친 하늘색 가디건...그리고 청바지....여느 여학생처럼 단정하고 예쁜 모습이었으나 유난히 가슴 라인이 강조된 것이며 얇은 그녀의 발목은 감춰진 욕망을 한껏 뽐내듯이 섹시함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전에는 몰랐지만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어서 일까요?

모텔에서 알몸으로 뒤엉켜 있는 그녀와 김교수의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그녀의 단정한 모습 뒤에 감춰진 음탕한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김교수의 뒤를 따라가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따라가는 나......

어느정도나 걸었을까.....갑자기....정신이 퍼특 들었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그저 그녀의 뒷 모습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몇 달의 시간이 흐르고...김교수는 자신의 부인과 이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녀와 공개적으로 만남을 갖기 시작하였으나 그 만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김교수를 떠난 것이지요. 아마도 그녀는 성공한 중년 남성 그리고 남이 가지고 있는 것...쉽게 갖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결핍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교수가 오랫동안 그녀에게 매달렸지만 그녀는 새로운 중년의 남성과의 만남을 즐겼고 결국 김교수는 학교를 휴직하고 말았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뒤에 그녀를 한동안 잊고 살았으니까요....

몇 년전이었습니다. 강릉으로 여행을 가던 어느 여름....휴게소에 잠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었는데 예쁜 하늘 색 원피스를 입은 다리가 예쁜 여인이 앞을 지나갑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그 여인이 흠칫 놀라며 선글라스를 벗습니다. 아...그녀 였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그러나 가끔 소식이 궁금했던 그녀가 이렇게 눈 앞에 서 있었습니다.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밝은 웃음을 지닌 그녀....아무 말도 하지 않고....그저 눈으로 인사를 전해 옵니다.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그녀 옆에 있구나.....

그래서 저도 눈으로 그녀에게 반가움을 전했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오가는 눈 빛속에 반가움, 그리고 또 아쉬움....여러가지 감정의 언어들이 오갑니다. 그리고선 그녀는 선글라스를 다시 고쳐 쓰고 두 잔의 커피를 손에 들고 몸을 돌려 나갑니다. 그녀의 뒷모습 위로 한 여름의 햇살이 눈이 부시게 쏟아집니다.

멀리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중년의 남자....

벤츠 오픈카에 올라선 그녀와 그녀의 남자....여전히 그녀는 그녀만의 사랑을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오지콘......일반적으로 35세~55세 정도의 중년 남성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는 속성이라 말합니다. 이제는 저의 나이가 오지콘의 나이가 되었지만 이미 그녀 또한 나이를 먹었을테니....우리는 이번생에는 결국 이어질 수 없겠지요. 가끔...예쁜 얼굴로 다가오는 어린 여성들을 볼 때마다 그녀가 떠 오릅니다. 저 친구에게 오지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상상 속에서만 이루어 지는 것이겠지만요.

이미 그녀도 중년의 여성이 되었을텐데.....지금 그녀의 옆에는 누가 있을까요?
 
royche12
삶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박애주의자.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은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있음을 믿으며 평범한 것이 가장 비범한 것임을 믿으며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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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아모리1 2022-04-03 17:10:12
아.. 진정성 앞에서는 어떤 기교도 필요 없구나. 이 글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에 완전히 몰입해버렸네요 ㅎㅎ
phobos 2022-02-17 01:21:26
40대 중반인데 20대 여성이 좋다고 그런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혼란스러워서 가까이 못했는데 그때 그렇게 한것이 잘한건지 모르겠네요.
royche12/ 저도 예전에 20대 초반의 여성이...매일 직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적이 있었지요....ㅠ.ㅠ 그 때 오히려 더 냉정하게 대해서 떠나보냈는데....그때는 잘했다 생각했는데...지금은...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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