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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우연히 멀리서 보이는 너의 모습에 나는 많이 놀랐어.
여기서 마주칠 줄 상상도 못 했는데, 나를 만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어느 정도 가까워질 때 까지는 네가 아닐 줄 알았거든.
너의 겨울 모습은 내가 처음 봐서 많이 낯설더라.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내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봄에 만나서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 초겨울에 이별한 우리.
서로 겨울의 모습은 보지 못 하고, 헤어진 후에 처음 너를 보게 되어 그렇게 느꼈겠지.
코트를 입고 차에 앉은 눈을 치우고 있는 너를 멍하니 보다가,
조금 전 까지 별로 안 춥다고 느낀 나는 왜 꽁꽁 얼어 버렸을까?
손이 시려운지 비비던 손을 입가에 가져가서 입김으로 녹이던 너를 보며,
'장갑 끼고 다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결국 너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고,
나의 얼었던 몸도 깨어나 너에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잠시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안녕, 잘 지내?"
뻔한 인사를 건냈지만, 역시 티가 났을거야.
너와의 이별이 힘들었다고, 너도 알고 있겠지.
여전히 자신의 입 주변에서 손을 비비며 너는
"응~ 춥다.."
대답을 했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서
"퇴근 하는거야? 얼른 들어가~"
머뭇거리는 너를 잠시 보다가,
나 없는 일상은 어떤지
운전은 많이 늘었는지 눈길도 잘 다니는지
운전 조심하라는 말
장갑 목도리 잘 하고 다니라는 말
너무 바삐 이별하느라 못 한 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게 이런건가?
너의 머뭇거림에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어떤 말이 있을까?
결국 입 문을 열지 못 했고,
짧은 인사를 남기고 운전석에 타는 너를 본 후 나도 뒤돌아 걸었지.
아직 소복히 쌓인 새하얀 눈에 발자국을 새로이 남기며
왜 매년 크리마스에는 혼자인건지 의문이 들지만, 곧 또 다시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겠지.
눈이 녹고 그 위에 또 새로운 무언가 쌓이 듯이
안녕, 이제 제대로 보내줄게. 정말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