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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시원해서 골목길을 한참 걷다가
가로등 불빛아래 환하게 핀 매화꽃을 보다
쏟아져내린 눈물로 저녁 산책길 내내 울었다
갑자기 터진 눈물은 걷는 내내 멈추지 않더니
결국 입 밖으로 슬픈 감정으로 흐느끼게 만들고
연신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걷고 또 걷고
외롭지 않았는데 순간 너무 외로웠고
내가 너무 쓸쓸해보여서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나한테 세상이 너무 야박한거 같아서 괜히 슬펐다
"목소리 왜 그래? 아파? 울었어?"
집에 돌아와 겨우 추스리고 적막속에 누워있던 나에게
전화를 건 그의 첫마디 그리고 계속된 물음에
힘들다고 슬프다고 울었다고 마음이 아프다고..
어느 것 하나도 내색하지 않고 "괜찮아 아무일없어"
괜찮은 척 하며 다시 새어나오는 울먹임을 참는다
"목소리에 기운도 하나도 없고 무슨일 있는데
없다고만 하고... 말 안하고 참기만하면 병된다"
"아니야 없어 진짜 괜찮아"
괜찮지 않다고 문득 외로웠다고 쓸쓸하다고
그 한마디 하는게 어려운 사람이라서 괜찮은 척만
내일 아침에 눈뜨면 오늘밤의 모든 감정들은
또 꽁꽁 안에다 숨겨두고 괜찮음으로 단단히
무장한 모습으로 웃고 말하며 살아가는거지
'너만 그런거 아니야 다 그래. 다 그렇게 살아'
살다보면 괜찮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긴할까?
안괜찮은 날 괜찮은척 하지 마시고, 모두다 쏟아내시길
다 지나가는 길
괜찮아요
아니라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