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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말이야.
감히 부정할 수 없는 가을이야.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서늘한 기운이 아니라도 지금은 충분히 완.연.한 가을이야.
바람은 창문 너머로 언제든지 불어올 것 같고.
그 바람을 맞이하면
목도리라도 두르고 블랙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분위기라도 잡아야 할 것 같다는
당신의 혼잣말이 떠오르는 가을 말이야.
다락방 어디엔가 먼지 푸석한 일기장을 뒤적이지 않아도.
장농 속 어디엔가 깊이 깊이 묻어 두었던 빛바랜 앨범 사진은 아니어도.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서
이 시원한 하늘과 바람과 날씨에 마추어 당신에게 젖고 싶어.
추억은 늘 우리들을 간지르지.
코끝을 간지르고, 마음을 간지르고, 가슴을 간지르고.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차곡하게 쌓여
역사를 만들고 지금을 만들과 나를 만들었겠지.
유독 가을이여서 라고 말해도 상관 없어.
그렇지만 내 사람들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다는 게 중요해.
어느 뜬금없이 들려오는 낯선 소식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놓고.
어느 뜬금없이 찾아온 낯선 이에게도 추억할 수 있는 웃음으로 맞이 할 수 있고.
지나간 시간들은 모두를 추억할 수 있어.
이 추억의 시간에 나를 꺼내놓을 수 있는 아주 조그만 공간이면 충분해.
그래서 그 사람들 속에서 당신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 가을이 가기전에.
이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내 일기장이 더 푸석해지기 전에.
내 졸업앨범이 더 빛바래 지 기 전에.
다음 겨울이 오기 전에.
거짓 없이 순수한 얼굴로 당신을 맞이 할 수 있다면.
그래 정말이야.
감히 부정할 수 없는 가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