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용, 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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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지의 의미를 묻는 글이 있었고 어느 유저와도 이 의미에 대해 최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뱃지를 받으면 답례 쪽지로 감사를 표하는게 맞다는 식으로 어느 글에서 읽었다더군요.
남성 유저가 뱃지를 쓰려면 구입을 하여야 합니다. 돈을 써야죠. 저는 내내 뱃지를 구입하지 않았는데, 일단 제가 간헐적으로 활동하기도 해서, 어쨌든 문득 이 사이트가 운영되려면 내가 지출을 해야구나 싶어서 구입해서 썼습니다. 그런데 지출해서 사용한 것이 모두 비용이어야만 할까요? 뱃지는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로 쓰입니다. 저는 여러 마음으로 보냅니다. 응원, 장려, 호기심 등이죠. 비용은 단순히 써버린 것이 아니라 상응하는 회수를 기대하는 개념입니다. 회수에 실패하면 손실이 되죠. 그러나 마음의 매개로 쓰인 무엇은 비용도 손실도 아닌 증여입니다. 증여는 대가를 기대하지 않아서 회수 개념이 없고 그래서 비용도 손실도 아닙니다. 주었으면 그것으로 끝납니다. 우리는 사적인 관계 대부분을 호의로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공적 관계, 좀 더 와닿게 말하자면 비지니스 관계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증여란 없습니다. 어떤 방식이건 회수를 기대하고 그 성패에 따라 비용과 손실로 갈립니다. 이 사이트의 유저들이 비지니스 관계를 맺을거란 상상은 별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히 익게에서, 마치 비니지스 관계처럼 바라보는 레홀남들이 적잖게 뵈더군요. 당신이 비용을 따지게 되면 가성비를 따지게 될텐데, 그 마인드는 본질적으로 상대방을 성매매 대상으로 보는 것에 불과합니다. 섹스로 결부된 비지니스 관계는 성매매 외엔 찾기 어렵군요. 섹파를 찾는 당신은 섹파여서 그렇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나요? 애인, 아내에게도 그랬던가요? 성매매가 나쁘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으나 그건 일단 별론으로 하죠. 다만 인간을 한낱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상대방을 비용과 손실로 잰다는 것은 수단화하였다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단어는 '한낱'입니다. 사소, 미미, 유의적이지 않다,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의미죠. 호의로 사적 관계를 만든 이들 각자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당신이 보낸 뱃지는 마음의 증여이고 보내버린 순간 끝난겁니다. 그것은 환수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뱃지에 답례 쪽지 보내야 예의라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 있었다기에 씁니다. 그런 것 없습니다. 당신은 사적 관계는 증여로 이루어지며, 그러한 관계를 맺을 만한 충분한 완충재를 가졌는지, 주어도 그만인 넉넉한 마음씨를 가졌는지 되새겨보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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