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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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고 해가 졌다. 아침이 오고 곧 밤이 됐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걸음은 언제나 변함없지만 오늘은 뛰어볼까를 고민해 보자. 계단을 두개씩, 혹은 세개씩 그렇게 뛰어보자. 가끔 만나던 새침해 보이는 그 아가씨도 보이고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서 졸고 있는 저 청년도 보인다. 머리 히끗하고, 얼굴에 주름 가득한 어르신은 주위를 휘휘 거린다. 앉을 자리를 찾는 것일까, 양보해 줄 만한 표적을 찾는 것일까 여섯명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잠을 자지 않는 사람은 모두가 휴대폰을 보고 있다. '삼매경' 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집중력이다. 중간에 키득거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눈을 돌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일이란 늘 똑같다. 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하는 일만 안다. 하는 일에는 불만이 생기고 볼멘소리도 늘어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 않는 일은 아주 기본적인 것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그것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어도 하지 않는 일을 알지 못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해는 벌써 뉘였한걸 이제 보았으니 일을 열심히 했던 가 보다. 오늘도 똑같이 상사의 심한 말에 궁시렁 대지만, 그래도 퇴근시간은 즐겁다. 집에 오는 지하철은 아침에 집을 나올때와는 사뭇 다르다. 이유는 알수 없지만, 귀가하는 지하철에서는 힘이 하나도 없다.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매만지려 하지도 않고 거울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찌들고 힘든 얼굴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 약속이라도 있다면 좀 다르겠지만 오늘도 어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지하철역을 빠져 나오면 따가운 햇살 대신 가을 밤의 찬바람이 맞이한다. 안타깝게도 눈을 감고 음미할 여유는 없지만 그래도 "벌써 11월이구나~" 하는 정도의 자각은 할 수 있다. 그렇게 귀가 하는 시간은 여전히 지겹지만, 집에 와서 라면에 밥말아 먹을 생각을 하니 힘이 좀 나기도 한다. 지하철 역을 빠져 나오면 어둑해 진 하늘이고 하루의 의미는 여기서 종료 되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지는 알고 싶지 않지만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고 싶은 욕망은 아직도 어딘가에서 꿈틀 대고 있다. 해가 졌다. 곧 하루가 저문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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