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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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낯선 술집에 갔었어요. 록음악이 크게 나오는 바였죠. 친구는 그 시끄러운 곳 구석진 자리에 혼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요. 참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예요. 가끔 생각날 때 하는 몇번의 전화는 통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괜한 번거로움이 될까봐 잘 있겠거니 하면 더 이상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어둑한 밤이 익숙해질 무렵에 술한잔 하자는 연락이 와서 부리나케 달려갔었죠. 그 구석진 자리에 맞은편에 앉으려 하니 그 친구는 말없이 옆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네요. 마주보고 앉으면 시끄러워서 말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공간이긴 했죠.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게 친구와 만났었죠. 어떤 계획 보다 어떤 약속 보다 어떤 핑계 보다 그렇게 갑자기.뜬금없이. 만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더 많은거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그냥 앉아 있었어요. 탁자위에 놓인 맥주병을 보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어떤 말이나 행동보다 그렇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친구였나 봐요.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었을까요. 둘은 일어서서 바를 나갔어요. 밖에는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밤길 이였고 우리는 그렇게 옷깃을 여미며 걸었어요. 정거장 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수 있을까 를 생각하지는 않았을거예요.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을 행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현실을 친구도, 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친구가 태운 버스는 밤의 어둠사이로 아늑해지고 나는 밤길을 걷고 싶어서 버스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었어요. 이 깊은 밤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많더군요. 친구와 나도 이 많은 사람들 무리 속에 끼여있었네요. 모두 어떤 사이들일까요. 모두가 즐겁고 편한 사이일까요. 자신은 숨긴 채 괜한 몸짓으로 상황에만 익숙해지려는 사람들일까요. 사랑이 세상에 제일이라고 목청껏 외치는 사이일까요. 궁금했어요. 어떤사람들일까. 나와 같은 사람들일까. 또 다시 어느날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게 만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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