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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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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el 조회수 : 670 좋아요 : 1 클리핑 : 0
꽤 오래 전 영화입니다. 보고 나면 기분이 참으로 거지같아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제목 그 자체 때문이었습니다. 구타유발자란 표현을 문장으로 풀어보자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너는 나로 하여금 너를 때릴 수밖에 없게 하였어, 라는 의미가 되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가막히게 쳐돌은 표현을 만들었을까, 도대체 얼마나 뻔뻔한 내용일까 하며 보게 된 것이죠.

살다보니 비슷한 말들이 또 있더군요. 정신대, 여기서 정은 빼어나다는 뜻이고 신은 몸 신입니다. 몸이 빼어나다는 것인데, 저는 이 명칭이 '너희가 빼어난 몸을 지녔으니 일본제국과 덴노에 바쳐지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해석되었거든요. 정말 뻔뻔하기 이를데 없지 않습니까? 정당방위라면 또 모르는 일이겠지만, 가해자가 피해자 탓하는 뻔뻔함은 어디에나 천지 삐까리군요. 이 수준, 구타유발자 운운하는 것은 정말 그 이기성이 극에 달한 것이고. 거기에 달하진 않았어도 단지 나의 행동은 실수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지요.

민식이법 입법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어떤 사람들은 악법을 운운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이 영악해서 마치 교통사고 사기범처럼 하는 놈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별의 별 이야길 다 들어봤는데, 제게 해석되서 들어오는 문장은 '내가 좀 운전 부주의하다 애 치어서 죽일 수도 있는건데 징역이 말이나 돼?'더군요.

이번 독서모임 책에 대해 성폭행 가해자가 받을 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냥 톰의 실수 아니냐, 다 그 피해자처럼 섭식장애 등을 안고 사는건 아니잔냐는 식의 글이 있더군요. 가해자는 실수라면서요. 젊은 날의 해프닝 같은거 아니냐. 놀랍게도 책은 읽지도 않았고 읽을 생각도 없다면서도 그런 생각들은 또 하시다니. 어떤 의미에서 실로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직접 겪은 피해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의 평균적 피해자는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니. 교통사고로 가벼운 염좌를 당할 수도 있고 사망할 수도 있는데 그 유족에게 평균적 교통사고의 피해는 전치 6주 정도니 그에 상응해 청구하라 한다면 판검사 목이 물리적으로 남기 어렵겠죠.

모임의 공식 독후감은 대강 읽어봤다가 이번에 다시 정독해보았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벌어진 일이고 피해 여성은 아이슬란드인이고 가해 남성은 호주인이죠. 저는 위키릭스의 줄리안 어산지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위키릭스로 사실상 망명 생활을 하다가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되었죠. 당시 위키릭스에 관심이 있어서 줄리안 어산지의 종적에 관한 내용들도 트래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혐의를 개요 수준보다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 기사였는데, 두 여성에게 고발당하였고 하나는 섹스 중에 콘돔이 찢어져서 거부하는 여성을 무시하고 계속 했었다거나(기억이 조금 불분명합니다) 섹스를 하기로 합의하였지만 실전에 들어가자 콘돔 착용을 거부하여 여성이 거절했고 그걸 묵살했던가,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여성은 자는 중에, 수면간을 했다는 것이죠. 저도 당시에는 좀 갸웃했습니다. 섹스에 이르는 포괄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여지는 상황인데, 각론에서 합의가 안되었다고 해서 그게 성범죄까지 되나? 네, 되더군요. 그게 성적 동의법이란겁니다. 동의없는 성관계는 성범죄를 구성한다는 것이죠. 제 예전 글 중에 ㅈㅈ독경에서 여성이 언제건 거절하면 받아들여라, 심지어 삽입 중이라도. 그 이야기는 이 법에 영향받았습니다. 하여튼 아이슬란드도 입법된 국가입니다. 따라서 아이슬란드인 피해 여성은 당연히 성적 동의가 없는 성관계를 당했다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됨을 의식할 수밖에 없겠죠. 익게의 글쓴이는 성적 동의법이 실행되는 특히 북유럽 국가에서 함부로 플러팅하지 않기 바랍니다. 당신 그런 생각하고 있다간 철컹철컹입니다.

뭐, 몰라서 그랬다고도 할 수 있겠죠. 성적 동의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 나라 법도 아닌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게글에 대한 우려는 바로 '구타유발자'스러운 면모에 있습니다. 그게 당신이 안좋게 가다 끝간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남자가 술취해서 여자를 범하였다가 '실수'정도로 취급한다면, 그 글의 예는 부부는 그렇다고 치고-그러나 그조차 용인의 한계는 술로 인해 피임을 까먹었다가 계획밖의 임신을 했으며 전제는 합의된 섹스였단 정도일겁니다- 젊은 청춘들의 에피소드 정도로 다룬다면 납득한다는 부분은 매우 매우 위험하군요. 안읽으셨다고, 물론 저도 읽지 않았습니다만, 인상비평으로 하기에는 대단히 과도하군요.

제 글이 기분나쁘실겁니다. 기분나쁘라고 쓴건 아닌데 기분이 좋기는 힘들겠죠. 그러나 진심에서 말씀드립니다. 지금 본인의 사고방식은 잠재적으로 본인과 타인을 망칠 수 있습니다. 니가 뭔데 지적질이냐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러나 저는 님의 안녕을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글을 무시하거나 적대한다 하여도 저는 당신에게 설득당할 수도 있는, 거의 없겠지만, 남성회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도 씁니다. 마치 그 책의 사례가 각박한 세상인양 하셨던데, 제가 보기에 당신의 덜 각박하고 그래서 어쩌면 사람냄새난단 수식을 할지도 모를 세상의 모습은 현대인 바로 2024년 11월 18일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야만이라 평가될겁니다.
ru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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