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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끝냈어?"
"응.. 이제 집으로 가려고"
"고생했어 이따 저녁에 봐"
오늘 오겠다는 약속도 없었는데
저녁에 보자는 그의 말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가족들이 북적이다 모두 돌아간 집안에 적막감
샤워후 몇시간 자고 일어나 거실에 멍하니 있는데
늦은 밤 도어락 비번을 누르고 집으로 들어선 그는
아무말없이 내 손을 잡고 이불속으로 끌고 들어가
품에 나를 꽉 안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고생했어"
"고생많았어"
그의 품안에서 쓰다듬을 받으면서 나는 울지 않고
"응.. 나 고생했어"
"그래 고생했어"
세상에 그리고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어두운 새벽 긴 소풍을 떠난 우리 엄마
그 긴 이별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만나러 달려온 사람
많은 위로의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던
고생했다는 말과 온기의 맞닿음으로 충분했던 위로
마음을 닫고 입을 닫고 자다깨다 뒤척이다 먹다 말다
혼자의 시간을 한참 보내고 정신을 좀 차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염색도 하고 손톱정리도 하러 다녀오는 길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파란 하늘을 보면서 뱉어낸 혼잣말
"엄마.. 나는 다 잊고 살거야
힘들었던거 슬펐던거 미웠던 사람들
모두 잊고 살거야
많이 웃고 살거야
잘 키워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더 잘 살께"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억지로 기운내지말고 씩씩하지 말고
그냥 마음흐르는대로 울고 웃고 하면서 잘 살아내야지
차가운 바람 추운 날씨
따끈한 순대국 한그릇 든든히 먹기 좋은 날
스펠님이 마지막 까지 잘해드려
좋은곳 에세 스펠님 보살펴 주실거에요
음...깊은 슬픔 속에서도 따뜻한 기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충분히 슬퍼하시고, 힘들 때는 주변에 기대기도 하면서, 말씀하신 것 처럼 마음 흐르는대로 잘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다해 위로를 전하며, 어머님의 평안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