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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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어둠이 찾아옵니다.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혹여 어느 불빛 하나 보일까.
혹여 어느 사람 하나 보일까.
혹여 어느 길 하나 보일까.
그렇게 돌아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암흑의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황망하지도, 아쉽지도 않습니다.
어둠이 짙어지고, 그 어둠이 빛이 되기 전까지는
누군가를 오롯하게 상상하고 떠올리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죠.
곤히 자고 있을 당신에게
아주 작고 여린 목소리도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그렇게 새근거리는 당신을 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는 이어지고
그 숫자의 크기가 커질 수록
당신의 숨결 또한 고르게 들립니다.
익숙함이란.
반복이란.
그런 것인가 봐요.
당신의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그렇게 고르게 드리는 것 같이.
아직은 익숙하지도
반복되지도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기에 자주 반복하고 싶은 것은
그만큼 익숙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겠지요.
욕망은 늘 끝이 없다고 하죠.
아무리 조그마한 욕망이라도
그것이 이뤄지는 순간 다른 욕망이 또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겠죠.
아주 작은 욕망 하나.
그렇게 시작할께요.
그 욕망이 얼마나 커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욕망이 커질지의 궁금증보다
그 욕망이 어떻게 커질지의 궁금증 보다
당신의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그 모습을 상상하는 아주 작은 그 욕망 하나.
그 욕망 하나만 집중할께요.
밤이 깊어 어둠이 찾아옵니다.
돌아보고 또 돌아봅니다.
혹여 어느 불빛 하나 보일까.
혹여 어느 사람 하나 보일까.
혹여 어느 길 하나 보일까.
혹여 당신 모습 하나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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