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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레홀을 다시 경험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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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rnlTl 조회수 : 722 좋아요 : 1 클리핑 : 0
마귀씨라는 나의 닉네임이 낯설만큼 오랜만에 레홀에 왔더니, 반가운 닉네임들이 드물게 보이는 걸 보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했어요.
여러 글을 읽으면서 ‘성 범죄’와 ‘취향’이 함께 언급된 것에 놀라 의문을 품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 받아야 마땅 하죠.
하지만, 성범죄나 그와 관련된 콘텐츠가 취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야 할까요?
 
과거에 레홀에서 독서단 활동을 즐기며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시각을 접하며 생각의 편향을 발견하고, 다름을 수용하는 법을 배웠구요.
성 범죄는 피해자에게 신체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 ‘영혼의 살인’이라고 표현되고, 독서단에서도 신중히 다뤄진 주제였어요.
 
독서단에서 다루진 못했지만 제가 읽은 책 ‘헝거(Hunger)’를 소개 하고 싶은데요.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Roxane Gay)는 이 책에서 자신이 성폭력 피해자로 겪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 후, 그녀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체중을 늘려, 신체를 변화시키고, 여성성을 제거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은 내적 갈등과 사회의 혐오와 차별 그리고 자기 안의 혐오와 싸우는 과정을 용기 있게 고백해요.
이를 통해 성범죄가 피해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또 사회가 성 범죄와 그로인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 했습니다.

‘나는 내가 아는 최선의 정도까지 치유가 되었다.
만약, 만약, 만약, 그 일이 아니었다면 내가 되었을 여성이 앞으로도 영원히 되지 못하리라는 사실은 받아 들였다.
여전히 만약에 사로잡혀 있을까 봐 두렵지만 말이다.’

-‘헝거(Hunger)’ 중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성범죄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은 계속 되고 있는데요. 정말, 타인의 아픔이 취향이 될 수 있는 걸까요.
 
나는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 내가 저항하지 못해서 피해가 나날이 길어졌다고 자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가장 먼저 나를 탓했을까? 왜 피해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나에게서 찾았을까?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고 듣고 배웠기 때문이다.

친족 성폭력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성차별적 통념들이 그대로 작동한다.
예나 지금이나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감정이입하는 말은 차고 넘친다.

여성의 ‘내숭’과 ‘두려움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의 여부로 성폭력을 판단하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이 생긴다는 논리는, 남성 문화 내에서 인권의식이 한참 뒤 쳐져 있다는 자기고백이나 마찬가지다.

-가족이라는 신뢰 관계를 이용한 친족성폭력 (심이경) 중

 
저는 ‘불법 유출 영상’이나 ‘성 범죄물 컨텐츠‘를 취향으로 삼는 것에 대해 존중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는 단순히 개인적 취향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의 삶과 정신을 파괴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요.  
피해자들이 죽음에 이를 정도로 고통을 겪는 범죄로 즐거움을 찾다니.. 무엇보다 불법 유출 영상을 시청하는 자체가 범죄입니다.
또한, ‘성 범죄물 컨텐츠‘는 현실이 아닌 상상에 의한 결과물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일을 겪은 수많은 사람들에겐 단순한 창작물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다루는 데는 작가의 끊임없는 사유와 섬세한 시선을 바탕으로 한 철학이 있어야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레홀은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숨어서 하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글로 표현되는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이나 사적인 대화와는 달리,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과 배려가 중요하니까요.
 
이와 관련해 예민하다 생각될 분들을 위해, 강준만 교수의 칼럼을 인용하며 제 의견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민감한 것이 죄인가? 하긴 우린 때론 그런 민감성이 죄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 익숙해져 있는 다수의 사람들은 정의에 대해 민감한 사람마저 이른바 ‘프로불편러’의 범주에 넣으려고 안달한다. 민감한 사람의 모든 행동이 다 바람직하거나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민감보다는 둔감을 높게 평가하면서 둔감을 사실상 ‘대범’이나 ‘포용’으로 착각해온 그간의 관행을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민감하지 않다고 뽐내는 사회는 잔인하고 미련한 사회다. 이는 민감한 사람이 자책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이 잔인하지도 않고 미련하지도 않은 게 왜 흉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민감성으로 인한 탄압을 받더라도 그것이 불의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견뎌 내기가 훨씬 쉬워진다. 자책을 하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이 잘못된 풍토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까지 생겨나면서 오히려 힘을 얻게 된다.

-‘민감’이 죄인가?(한겨례 강준만 칼럼) 중

 

모두 자신만의 섹스 취향은 찾으셨나요?
취향이란 결국 내가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것 이므로, 자신의 취향을 찾는 여정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잖아요.
제 ‘섹스 취향’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나와 상대의 감각을 세심하고 민감하게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독서단 홍보도 같이 하고싶었는데, 이번 시즌은 마무리 되었다고 해요.
여러 행사들 끝에 또 찾아올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독서단에 참여 해보시면 어떨까요?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편하게 마음껏 섹스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추위를 뚫고, 부풀어 오르는 꽃망울 같은 섹스 하시 길.
akrnl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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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seur 2025-03-20 10:05:37
정성스런글, 현명한 시각 잘 읽었습니다~!
seattlesbest 2025-03-20 01:05:58
시간이 많이 흘렀죠 ㅎㅎㅎ
키매 2025-03-19 23:50:29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편하게 마음껏 섹스하는 날이 오길" 이란 문장에 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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