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색중인 섹스 신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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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 입니다. 사진 인화하려고 5년 치 사진들 뒤적거렸다. 뭔가 숨은 공간 찾기 같은 것이다. 요즘같이 핸드폰으로 바로 찍고 내사진첩에 기록하기 보다. 그때는 잊었음을 다시 기억하는 순간을 찾기 위해.. 필카만 가지고 5년내내 그냥 찍기만을 하다가 상자처럼 쌓여지고 말았다. 요즘은 필름을 보내면 알아서 인화된 사진이 택배로 돌아온다. 참 괜찮은 세상이다. 편리를 넘어 모든일이 쉬워진다. 할수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섹스 또한 어렵지 않다. 스터디 공간에서 둘 문예지, 잡지들 가져왔다. 캐리어 두 개에 족히 60키로는 넘게 들고 온 거 같은데 정작 공간에 내려두니 기별도 안가서 기운 빠졌다. 주변에 아무도 면허가 없어서 애인에게 부탁했다. 차를 가져오는 김에 오랜만에 애인이랑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본다. 드라이브라고 하기엔 내 짐을 대신 나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분위기있게 그윽하게 얼굴을 응시해 본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집에가면 꼭 말해야지 생각했는데 짐 나르다가 힘들고 배고파서 까먹었다. 오늘은 무빙씨어터 상영 날. 상영작은 스티븐 소더버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눈치 없이 바쁘다는 얼굴을 하고 짐만 내려놓고 간다. 며칠 후 인화를 보냈던 필름들이 사진이 되어 돌아왔다. “내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정체불명의 사진들과 의미없이 왜 찍었는지 모를 철학적인 사진들 그리고 나체의 사진들… 생각해보니 애인과 밤을 보낼 때 섹스의 취해 사진을 찍었던거 같다. 이 사진을 인화할 생각을 했다니 인터넷에 오르다간 세계적 포르노스타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한강에서 찍은 사진.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는 사진. 빵순이 답게 빵을 들고 찍은 사진. 5년이란 시간에서 여러가지 사진들이 한참을 들여다보며 웃고 긴장하고 심오하게 다가왔다. 5년동안… 전남친, 전남편, 그리고 현애인 그 안에는 전남친의 불륜사진들도 같이 인화되어 있었다. “이제와서?” 질투보단 나 소유물이 더럽혀지는게 싫은 느낌이 더 강했다. 돌아와서 엄청 후회하긴 했지만 원래 행동이란건 한 만큼 대가를 치르는 것이지… 솔직히 불륜으로 이혼을 하게 될지도 몰랐다. 니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으니 나도 한번 다른 남자랑 잘 수 있는거지 그렇게 이혼 사유는 내탓으로 돌려지고 있었다. 너무 서로만 바라보는게 힘든건 사실이야 연애나 결혼이라는건 결핍이 많고, 그걸 내탓이 아니라 남탓을 하게 되어있으니까. 사진을 덮은 뒤 오랜만에 펼쳐본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여전히 좋았다. 작고 크게 써야하는 글들이 많다. 일기를 쓰다가 멍하니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여전히 밤에 샤워할 땐 불을 켜지 않는다. 갑자기 그가 와서 내 가슴을 덮쳐주기를 바랬기에… 아마 애인에게도 내가 찍은 사진들이 벌써 전달되었겠지? 문을 열어놓고.. 불을끄고… 샤워를 하고.. 기다려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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