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그리고 링크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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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에 '노드'라는 개념이 있다. 그물망(Net) 같은 그림에서, 쉽게 말하면 '점'이다. 그리고 그 점과 점을 이어주는 선이 바로 '링크'다. 이를 삶의 관계에 대입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가 바로 링크인 것 같다. 또 우리 각자는 그 관계망 속에서 하나의 점, 즉 노드가 된다. 이렇게 연결된 수많은 점과 선들이 모여 내가 중심에 있는 하나의 커다란 관계 네트워크를 이룬다. 각자의 좌표를 가진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링크를 뻗는다. 어떤 링크는 강하고 굵다.(섹시고니님의 자지 말고...) 그리고 오랜 시간의 검증으로 엮인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견고한 관계다. 미우나 고우나 부모와 자식 관계 같은. 반대로 어떤 연결은 아주 가느다랗고 불안해서, 작은 실망이나 오해 하나에도 쉽게 끊겨버리곤 한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이런 온라인 공간 안에서의 관계겠지. 우리는 매일 새로운 노드를 만나고, 또 어떤 링크는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카톡이나 SNS 친구 목록 속 수백 개의 노드 중, 실제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건 손에 꼽을 만큼일테니까. 수없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아이러니컬하게 단절되어 있고, 손가락 터치 한번으로 바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만큼 가까이 있지만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그런 관계들이 가득한 시대인 것 같다. 관계는 펜으로 찍 그어놓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감정이라는 전류가 흐르는 회로 같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많은 링크를 뻗어내고, 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인맥 부자라고 해도 감정이 흐르지 않으면 스위치를 내린 회선이라고나 할까? 반대로 단 하나의 노드라도 깊고 견고하게 연결되었을 때, 그 관계의 힘은 수많은 허망한 링크 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이제 부터는 누군가에게 쓰는 댓글이었으면 좋겠는데...) 가끔은 나 자신이 고장나거나 쓸모 없는 노드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무리 누군가에게 시그널을 보내도 응답이 없을 때, 내가 그 상대방으로 부터 아무런 시그널도 받지 못 한다고 느껴질 때, 이 연결망 속에 내가 정말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 상대방이 관계 네트워크상의 가까운 위치에 있을수록 더 그렇게 느껴지겠지. 그럴 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게 부모가 없었더라면, 형제가 없었더라면, 친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이 삶에 나를 연결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을 것 같다고. 하지만 그런 가정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까지 살아온 건, 그간의 수많은 링크들 덕분이었다는 걸. 내 삶은 그 몇 겹의 관계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그 복잡다단한 얽힘이야말로 나를 지탱해준 가장 강한 신호였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네트워크 안의 신호에 그렇게 목마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말 한마디, 오래된 친구의 안부, 눈을 보고 나누는 짧은 침묵. 어떻게 보면 디지털의 극단을 달리는 지금 시대에,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같은 순간들이 우리 관계의 진짜 연결을 되살린다는 생각이다. 우리 모두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을 떠도는 노드 같다. 때론 엉키고, 때론 고립되며, 또 다시 누군가와 링크된다. 완벽한 연결은 없지만, 우리가 서로를 향해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그러니 자책은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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