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은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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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취향은 개성에 속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산업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60년대 이전 순대는 잔칫날 맛보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돼지피가 섞여 호불호가 극명했다지요. 그런데 1970년대 정부는 양돈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합니다. 경기도와 충북의 여러 소도시가 수도권의 돼지고기 수요를 담당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당시 쌀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고구마를 활용한 당면 공장이 많이 지어졌습니다. 그 결과, 돼지고기 중 창자가 남았고 당면 부스러기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당면 순대가 등장하였고 대중적인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80년대 한국은 미국에 드디어 가발과 신발이 아니라 TV와 자동차를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당시 소련과 중공의 대항마로 한국을 경제적으로 성장시키고자 했고 한국의 수출품에 관대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적자가 커지자 미국 정부는 한국이 캘리포니아 쌀을 수입하도록 압력을 가했습니다. 쌀 수입은 한국 농민의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국 정부는 대신 옥수수를 대량 수입하게 됩니다. 그 결과 기존의 밀가루 스낵이 아닌 옥수수 스낵 3총사가 탄생하였습니다. 콘칩 꼬깔콘 치토스(브랜드 제휴) 쫀득한 옥수수 스낵은 바삭한 밀가루 스낵(새우깡 자갈치 바나나킥)의 아성을 위협하며 한국 과자 시장을 양분할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옥수수 질감과 잘맞는 밀크 베이스 탄산음료(밀키스 암바사 크리미)가 출시되어 기존 밀가루 스낵 관련 탄산음료(콜라 사이다)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과자와 음료에 대한 유행과 취향도 본질적으로 무역과 산업의 영향 아래 있었던 것입니다. 90년대 무관세 자유무역협정(FTA)이 왕성해져서 칠레산 홍어 벨기에산 돼지 등뼈 호주산 소곱창이 국내로 헐값에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당시 그 나라들은 그러한 식재료를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전국에 수많은 홍탁집 감자탕집 곱창집이 체인점을 이루며 큰 물결을 탔습니다. 오늘날 홍어삼합과 감자탕 그리고 소곱창은 전통음식의 계승이라기 보다는 자유무역의 결과물입니다. 유통 산업은 음식 맛의 퇴보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오직 오프라인 유통구조에 의존하던 시기 7월의 복숭아는 물이 많고 당도가 높은 수밀도였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택배가 중요해지자 물렁해서 유통과정에서 손상되는 수밀도는 단종시키고 반딱딱이 중간 당도의 백도와 천도가 대대적으로 재배되었습니다. 물많고 맛있고 매우 컸던 수밀도가 그립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맛난 음식을 사라지게 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자장면과 볶음밥은 돼지기름(라드)로 조리했다고 합니다. 그 고소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지만 돼지기름이 건강에 안좋다는 잘못된 정보로 콩 식용유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돼지기름은 콩 식용유보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업주는 라드가 더 비싸고 하수구를 막히게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이러한 잘못된 정보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라드로 볶은 자장면의 맛이 궁금해집니다. 인스턴트 식품은 새로운 인스턴트 식품의 탄생을 도미노처럼 예고하였습니다. CJ는 다양한 즉석 조리식품(레쿠르트)을 출시하였습니다. 콩나물 해장국은 대표 상품이었습니다. 콩나물을 삶은 물이 많이 남아돌았습니다. 콩나물 해장국 즉석식품 생산을 위해 우려낸 그 물을 작은 병에 옮겨담아 컨디션이라는 음료로 다시 판매했습니다. 콩나물은 아스파라긴산이라는 성분 때문에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합니다. 컨디션 한 병은 콩나물 해장국보다 엄청 비싸게 팔렸습니다. 원가 대비 대성공 아이디어였습니다. 음식의 유행은 바뀌고 우리의 입맛도 바뀝니다. 그 배후에는 무역과 유통 그리고 거대한 산업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음식 뿐 아니라 외모와 학문 취미 건강에 관한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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