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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자유게시판
열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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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체어 조회수 : 824 좋아요 : 0 클리핑 : 0
중간 정도의 불일치 이론(moderate incongruity theory)이라는 게 있다.

기존 관념과 약간 불일치하는 대상에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예: 체리 코크)

기존 관념과 너무 일치하는 대상은 흥미가 없고 (콤비 콜라)

기존 관념과 너무 불일치하는 대상은 거부감이 생긴다. (옐로우 콜라)

동기부여에도 적용된다.

너무 쉬운 과업은 의욕이 안나고

너무 어려운 과업은 엄두가 안난다.

적당히 어려운 과업에 도전의지가 생긴다.


그렇지만 나는 경험적으로 

중간 정도의 불일치 이론보다 더 강력한 것이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불타오르면 어려운 과업도 신이 났다.

그러나 열정이 없으면 쉬운 과업도 어렵게 느껴졌다.

열정은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무엇이 열정을 주는가

그것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퇴근 후 대리운전을 하는 후배를 만났다.

그는 하루에 5시간 자면서 맹렬히 돈을 벌었다.

그는 기러기 아빠였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부여되자

그는 몸을 바쳐 일했다.

그는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고

건강했고 열정이 넘쳤다.

몇 해 후 그는 쓰러졌다.

과로 때문이었을까

나는 병문안 갔다.

그는 초췌했다.

나는 그를 위로했다.

- 자녀 교육을 위해 너무 무리했네... 이제 조금 쉬소

- 과로 때문이 아닙니다 형님

- 그러면..?

- 캐나다에서 아들놈은 마약하고 마누라는 바람 났어요

- 이론...!!

그가 힘들게 일하는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모든 헌신이 무의미해지자

그는 삶의 열정을 잃었고

건강도 잃고 쓰러진 것이다.


여러 교훈을 통해

나는 어떤 일에든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고

의미가 있는 한

실패도 아픔도 고난도

모두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면

좀처럼 힘이 나지 않았다.


지금은 안나가지만

예전에 교회에 다닐 때 성가대를 했다.

나는 일주일 내내 성가곡을 반복해서 듣고

완전히 외웠다.

지휘자님이 말했다.

- 당신은 음악적 재능은 부족하지만 정말 성실하고 열정이 넘칩니다 언젠가는 수준이 갑자기 올라갈거요

그렇게 8년을 했더니 노래 실력이 꽤 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의 작은 소리가 합창에 의미가 된다고 생각했기에 

열정적으로 연습을 수백 번 반복할 수 있었다.


나는 BDSM 성적 취향이 있다.

에셈을 경험하면서

마음에 상처가 있는 분들이 에셈에 있다는 걸 알게됐다.

깊은 사연을 안고

어려움에 직면한 분들이

에셈을 통해 잠시 위안을 얻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의 작은 에셈 노력이

그분들께 약간의 안식처가 된다는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열정이 샘솟았다.

최선을 다해 에셈을 연구하고

에셈 논문도 찾아서 읽고

상대방의 심리와 니즈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도구를 하나라도 더 준비해서

조금의 만족이라도 더 주려고 애썼다.

그분들이 만족하면 나도 웃었고

불만족하면 나도 슬펐다.

의미 부여는 에셈에 대한 내 열정을 북돋아주었다.


시지프스의 형벌이라는 게 있다.

최악의 천벌의 상징인데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올리면

신이 그걸 바닥으로 밀어버린다.

또 힘겹게 올리면 또 밀어버린다.

이런 과정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인데

거기에는 "무의미함"이라는 본질적 고통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만사가 시즈프스의 형벌처럼 무의미한 것 같다.

매일의 일상과 반복되는 업무가 내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작은 노력으로

누군가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니까

말할 수 없이 거대한 의미가 있기도 하다.


돌이켜보건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행복을 스스로 조작할 수 없듯이..
퍼플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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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fvbh 2025-05-19 23:21:51
시지프스 하니까 까뮈가 생각 나네요.  여름, 결혼도 좋아요. 카뮈는 잘 생겼죠 ㅋ
퍼플체어/ 삶의 무의미함을 반항과 일탈을 통해 저항하라는 까뮈의 주장이 떠오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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