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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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욕조 있는 룸을 예약하면서 입욕제는 챙겨오지 못했을까. 가까운 왓슨스는 이미 문을 닫았는데... 아, 어제도 이 생각을 했지. 반신욕 하면서 넷플을 보기엔 물의 온도가 높다. 발의 피로가 풀리면서 온몸이 노곤해진다... 욕실은 환풍기가 돌아가는 백색 소음으로 채워졌다. 누군가에게 배운 한 가지. 앞선 이벤트를 만들면 그 시기가 도래하기까지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음을. 올 초 항공편을 예약하고 떠나는 전날까지 그러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풀어내는 나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음을 고지한다.) 나의 첫 경험은 20대 중반, 독실한 신자 코스프레로 혼전 순결을 지키는 것이 곧 믿음의 증거였다. 그렇게 유부녀가 됐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실을 맺는 것이 결혼이라 생각했다. 감정이 행위로 연결되기까지 혼자는 어려웠다. 난 무지에 가까웠고 잘 몰랐다... 점차 관계가 줄어들고 연중행사에 가까웠으며 우린 섹스리스가 되었다.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날 거부했던 그 새벽. 난 사랑받고 싶었다. 자주 다니던 카페에서 어렵게 물었다. 나와 섹스 없는 삶이 괜찮겠냐고. 그는 내가 아닌 눈앞에 풍경으로 시선을 돌려 "괜찮다" 대답했다. 억울했다. 나의 전부는 그였는데... 그 와중에 신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이를 데려갔다. 자책과 분노가 가득 찼다. 신을 등졌고 그 반항심은 남편에게 옮겨 갔다. 안다. 나는 겁쟁이었다. 문제를 바로 보지 못했다. 상황을 남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며 겨우 찾은 문이 일탈이었다. 쉽지 않았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 어버버한 상태에서 무식하면 용감하게 되는걸까. 성욕보다 사랑의 감정이 필요했다. 우습게도 말이다. 나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대화의 결이 괜찮으면 친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두었다. 그런 후 만남 그리고 섹스... 안타깝게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감흥 없는 짧은 애무와 삽입 후 금방 사정 했던... 내겐 부족하고 아쉬운 시간이었다. 제한적인 상황과 마음의 불편함, 나의 경험 없음이 문제였을까. 신중한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난 쓸데없는 다정함까지 표현했다. 그렇게 해야 스스로가 초라해지지 않는 액션이었을까. 마음의 짐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당연한 스토리였다. 누구도 떠밀지 않은 세계에 발을 내디딘 것은 나였으니까. 다정을 배제한 만남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상대가 희열을 느낄 때마다 난 그렇지 못했다. 이후 더는 만남을 하지 않고 자위로 욕구를 풀어냈다. 토이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느끼지 못함이 아니었다. '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했구나...' 뒤늦게 그제서야 알게 됐다. 그렇지만 절정에서 나의 신음은 마치 호러물 같았다. 정확하고 빠른 자극이 몰릴수록 더더욱. 공허하고 외로운 시간이 이어졌고 또다시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다. 갈증이 밀려왔다. 나의 목마름은 예견된 일이었다. 생수가 아닌 바닷물을 알고도 마셨으니까. 응당한 수순이었다. 사회적 지위와 좋은 품성을 갖춘 누군가를 만나도 늘 나에겐 바닷물이었다. 결국 바닷물을 다시 들이켰다. 서로의 고비를 넘길 정도로 의지가 되었고 힘이 돼 주었다. 그와 섹스는 이전의 모자람을 채워주었지만 모두는 아니었다... 차마 손을 놓지 못했다. 날 과거의 자책에서 건져주었고 현재의 삶을 이겨낼 수 있게 이끌어주었기에. 난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다. 남편에게 그에게 터놓고 말하지 못했다. 이렇게 내 욕심이 나를 삼키는 거겠지... 얼마 전 섹스 없이 플레이만 가능할지 글을 올렸다. 반백년 가까이 살아온 내가 이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원했던 내가 아니라 나로서 나이기에 원하는 내가 되고 싶다. 초조하다, 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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