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시간을 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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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몸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건, 그녀가 왜 스스로를 그렇게 방어하는지였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 그녀는 살짝 미세하게 굳었다. 아주 잠깐, 눈을 피했고 숨을 조금 깊게 들이마셨다. 그건 ‘싫다’는 거절이 아니었다.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그녀가 나를 막은 게 아니라, 자신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여준 그 시간이. 우리는 종종 몸을 먼저 주면 마음도 따라올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나는 느꼈다. 그녀는 몸보다 먼저 마음을 꺼낼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을 때, 나는 입술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지금이 아니라도 괜찮아. 그녀는 웃었다. 작게, 그리고 조금은 안도한 표정으로. 그날 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밤보다 깊은 무언가를 나눴다고 느꼈다. 나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그녀의 시간, 그녀의 경계, 그녀의 결정권을 안고 싶었다.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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