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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그녀를 안고도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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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체어 조회수 : 691 좋아요 : 0 클리핑 : 0
그녀는 아름다웠다.
눈빛은 차분했고, 웃을 때 살짝만 드러나는 송곳니가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서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방 안에 있었다.

술잔이 비워지고, 음악이 흐르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말없이 손을 내어주었다.

입맞춤, 피부 위의 체온, 이불 속의 숨소리.
모든 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았다.
그녀는 감각적인 사람이었고,
나 역시 그녀의 몸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등을 돌리고 누웠을 때,
그 작고 조용한 순간에
나는 내 안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안았지만,
그녀 안에는 없었다.
우리가 교감한 건 몸뿐이었다.
그 안에 마음은 없었다.

그녀는 자고 있었지만
나는 창밖 비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렇게 포개어진 육체가 아무것도 채워주지 못할 때,
사람은 어쩌면 더 외로워진다.

그녀가 나빴던 건 아니다.
우리 사이에는 애초에 감정이 없었다.
감정을 지우고 시작한 만남에 감정을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던 것뿐.

그날 이후로 나는 생각했다.
몸이 닿은 뒤, 마음이 더 멀어질 수도 있다는 걸.
쾌락이 깊어질수록, 공허도 따라온다는 걸.

사람은 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척하면서
더 깊은 외로움을 남기고 마는 걸까.

그녀를 보내고 나서,
나는 다시 아무도 없는 침대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름을 부르지 못했던,
하지만 이름을 부르고 싶은 그 사람.

만약,
그녀와 그런 밤을 나누기 전에
그 사람과 천천히 마음을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안고 싶었던 건,
사실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는데.
퍼플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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