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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희 후엔 낭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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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잔치,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사전 예매에서 입장권 매진으로 관심을 더했죠. 거기에 배우 박정민 아니 대표 박정민의 출판사 <무제>의 대기 줄은 이목을 끌었어요.

전 다독과 거리가 멀고 방대한 지식으로 해박한 사람도 아니며 책은 '직사각형으로 된 최고의 걸작품'이란 생각을 하는 보통의 독자입니다. 도서정가제 이전엔 소장한답시고 무턱대고 책장을 넓혀가다 이사를 하며 '이런 짐짝이 따로없네...'라며 중고서점에서도 포화상태인 한때의 베스트셀러들을 고스란히 집에 다시 가져와야 했답니다.

그렇게 한바탕 책과 씨름을 하고 나서는 대부분 도서관에서 대여를 하고 필요한 책들은 상호대차 신청하면 가까운 도서관에서 쉽게 받을 수 있으니 세상 참 편하죠. (가끔 한정판 도서만 찔끔 사는 스크루지 독자가 됐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책을 접하다 마음을 일렁이는 단락을 만나면 곱씹고 곱씹으며 여운을 즐기게 됐어요. 메모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적절한 때에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기쁨이 커요. 웃기지만 저의 독서의 이유는 이것 같아요. ㅎㅎㅎ


서론이 길었네요.
후희를 참 중시하는데, 둘만의 몸의 대화가 끝난 후에 보통은 품에 안겨 체온을 더 나누며 잠깐 잠이 들거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잖아요. 흔하진 않지만 그가 세레나데를 불러주기도 하고요. 근데 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영화에서 여주는 욕조에 앉아 있고 남주가 다가와 책을 읽어주거나 채광이 좋은 방, 침대 위에 전라로 누워 있는 여주를 그가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피부를 쓰다듬고 한 손에 책을 쥐고 읽어주는 그런 어디선가 본 장면을요. (아, 이런 영양가 적은 상상은 의미가 없으려나. 근데 제겐 왜 이렇게 섹시한지!)

책에 따라 그날의 뜨거움의 장르가 달라질 듯해요.
뭐, 어느 날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하며 던져 두기 바쁠 수 있겠죠.


오늘 밤은 그의 곁에 누워 내 몸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글이 주는 다정함을, 그러다 뜨겁고 뜨겁게 새벽을 함께 맞이하고 싶네요. 야하고 끈적한 그런 시간이 몹시도.
그리움이 몰려오는 밤입니다...
포옹
쪽지는 감사합니다. 즐겁게, 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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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ly 2025-06-22 03:20:53
오! 저랑 같은 공간에서 스치셨겠네요. 전 그 무제 인근 부스에서 종일 놀았답니다 :)
난이미내꺼 2025-06-22 02:00:50
감명깊게 읽은 책을 지인에게 빌려줬고 긍정의 피드백으로 상대가 그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이런 맛으로 독서를 하고 추천을 하나봅니다.
섹스 후 책을 읽어주는건 어떤 서사가 있으려나요? 제겐 전무한 경험이라 서사도, 아이처럼 이야기를 듣는 상황의 기분도 궁금해지네요.
포옹/ 그런 따스함 너무 좋네요. 어떤 책인지 궁금하구요. 애정하는 사람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한 글자, 한 줄이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제가 먼저 읽어주려 해요.
russel/ 져는 읽고 좋은 책은 다 남들 읽어보라 건네주는데 그래서 가진 책은 거의 다 안좋은 책입니다.
난이미내꺼/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에요. 결혼은 하기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건네주고싶었거든요. 상대가 책을 읽어준다면 못 참고 안겨버릴거 같아요. 그거 들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을래요 ㅎㅎㅎ
난이미내꺼/ 러셀님) 그렇담 갖고있는 책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책은 뭐예요?
russel/ 보통의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재밌었고, 클로이 난 너를 마시멜로해, 불안이 인상적이었네요. 지금 가진 책은 다 업무적인거라... 그냥 최근 대화 정에 레미제라블 이야기 했었네요. 성선? 성악? 타고난 성품인가? 선행이나 악행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구조 제도에 따라간다고 보는게 맞겠잖나? 한 번의 감쌈으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장발장도 개인의 덕성은 고결함에 이르렀으나 결국 아마도 혁명을 하게 될 후대 마리우스를 구해주는 희생을 통해 제도 혁파에 나선 것 아닌가? 빅토르 위고 짱짱맨. 이런 얘기 했네요.
120cooooool 2025-06-22 01:42:02
우리의 믿을 구석_저도 수요일에 다녀왔어요. 영화의 한 장면은 '더 리더'가 떠오르네요
포옹/ 부지런한 분~ 저도 그 영화가 떠올라서 <책 읽어주는 남자> 부재를 달까 했어요.
섹스는맛있어 2025-06-22 01:37:50
저도 상대가 침대에서 제게 책 읽어주는게 로망이라....아 섹스는 고려하지 않고요 ㅎㅎ 아직 실현해본적은 없지만 통화할때 시를 읽어주신분은 계셨어요. 전 너무 좋았는데...근데 당사자는 다음날 이불킥을 엄청 했다고....민망하셨나봐요
포옹/ 통화로 듣는 시 낭독은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을 것 같아요~ 이불킥 ㅋㅋ 저라도 그랬을거예요.
russel 2025-06-22 01:16:12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포옹/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russel/ 그 로미오와 줄리엣 있잔아. 다시 읽어보니까 로미오가 원래 맘에 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줄리엣 가문의 연회에 온단거야. 그래서 로미오가 들키면 두들겨 맞거나 죽을 수도 있는데 감슈하고 들어간건데 거기서 줄리엣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단 말이지? 되게 이상하지 않아? 목숨걸고 여자 만나러 간건데 딴 여자한테 첫 눈에 반해? 난 첫 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영 이해가 안가. 그게 줄리엣이 엄청 미인이라는 강조라기엔 애매하고 운명적인? 그것도 이해가 안되더라고. 블라블라... 대강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네요.
포옹/ 그런 오류를 셰익스피어는 그것 또한 비극이라 말하고 싶었을까요?
russel/ 글쎄요. 제 접근방법이 틀렸겠거니 합니다. 저 말을 하던 시점하곤 좀 지났으니, 전 저걸 이해하려고 했죠. 어느 때부터는 굳이 이해하려고 납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지만 벌어진다면 그 자체는 인정해야죠. 반한다는 느낌은 모르지만 시선이 사로잡히는 일 정도는 있었으니까요. 목숨을 걸어 침투한 열정 또는 갈구가 있더라도 다른 여자를 바라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랑은 진중하여야 한다 엄숙함에 두는 내 관념에 비해 가벼워보여 이입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러나 둘은 정말로 목숨을 걸고 버리게 되었으니 그것이 엄숙하다 아니할 수 없고,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으니 경중이 번갈아 번뜩이기도 하지요. 합목적성, 합리성, 일관성, 대의 이런 것들은 논리의 체계이고 각자 삶은 다소 차이가 있어도 모순과 오류가 다 있기 마련이겠죠.
포옹/ 삶 자체가 모순과 오류의 연속이란 생각을 해요. 작가의 세계관을 다 알지 못하지만 사랑과 죽음은 세대와 시대를 넘나드는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russel/ 모순과 오류가 없이는 너무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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