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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지능과 승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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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장교로 군복무하면서
계룡대에 잠시 있었는데
장군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4성 장군으로 영전하는 경우가 있고
그냥 전역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승진하는 장성들과
그렇지 못하는 군인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무엇이 결정적 요소일까

물론 출신과 지역 안배 등
정치적 고려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자질이 뛰어난 장군은
불리한 여건에서는 잠시 몸을 낮추었다가
정권이 바뀌면 화려하게 부활하는 걸 봤다.

나는 나름의 공통 요소를 발견했다.
그것은 "갈등 지능"이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갈등지능(Conflict Intelligence, CIQ)은 조직 내에서 
갈등을 잘 관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전통적인 지능지수(IQ)보다
승진과 사회적 성공을 더 잘 예측한다고 알려졌다.

다혈질이 많은 지휘관 중에서 그 장성은 차분한 사람이었다.
그는 고춧가루 같은 상관에게 부당하게 까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차분히 눈을 감고 복식 호흡하는 게 보였다.

처음엔 몸이 불편하신가 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 괜찮으십니까
- 아 잠시 나는 지금 왜 화가 났는가? 이 감정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했네

나는 교훈을 얻었다.
화가 날 때 그분의 자기감정 인식은 
분노와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는 마법이 되었다.

그분은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고 예의 있게 개선할 부분만 언급했다.
한번은 계급이 같은 다른 장성이 다짜고짜 그분께 시비를 걸었다.
그분은 똑같이 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날 저녁 나는 그분께 물었다.
- 무대포 같은 사람을 차분하게 대처하시는 비결이 뭘까요 배우고 싶습니다
- 내 감정보다 상대방의 감정, 의도, 필요에 더 주목하지. 그 사람이 뭘 원해서 저렇게 날뛰는가를 파악해서 그걸 충족시켜주려고 한다네

그는 지혜자이자 덕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영남이나 호남 인맥이 
정권의 성격에 따라 메이저 그룹을 이루었고
승진에 절대 유리했다.
그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 출신이었다.

그는 주요 보직에서 물을 먹는 경우가 있었다.
그치만 한번도 한탄 하는걸 못봤다.
술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 억울하지 않으십니까
- 난 개인을 보지 않고 구조를 본다네
- 구조를 본다 하심은...
- 내가 싸우고 분노해야 할 대상은 승진 심사자 개인이 아니라, 지역주의라는 구조적 문제일세

통찰력 있는 말씀이었다.
지역주의가 사라지면 비합리적인 기준을 가진 개인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개인은 구조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바라보면
인격의 그릇이 커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에게 소소하게 화낼 일도 줄어드는 것이다.

그분은 이상하게 싸운 사람들하고 더 친해졌다.
나는 그게 신기했다.
- 어떻게 원수와 친구가 되십니까
- 나하고 싸운다는 건 적어도 속마음을 감춘 사람들은 아니란 뜻이지
- 아 네에
- 그리고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다투는건데 그건 이익의 기회도 존재한다는 의미야
- 네에
- 그사람 이익과 내 이익의 공통 교집합을 골똘히 생각하다보면 길은 있더라구

나는 그분께 많이 배웠다.
자기 감정 관조
상대방 이익에 집중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 주목
상호 이익의 교집합 제안

이러한 갈등지능의 요소들은
내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갈등이 있다는건 이익의 기회가 있다는 것"


<참고문헌>
Deutsch, M. (2000). Cooperation and Competition. In M. Deutsch & P. T. Coleman (Eds.), The Handbook of Conflict Resolution: Theory and Practice (pp. 21-40). Jossey-Bass.
Coleman, P. T. (2011). The Five Percent: Finding Solutions to Seemingly Impossible Conflicts. PublicAffairs.
Cloke, K., & Goldsmith, J. (2005). Resolving Conflicts at Work: Ten Strategies for Everyone on the Job. Jossey-Bass.
Caspersen, D. (2015). Changing the Conversation: The 17 Principles of Conflict Resolution. Penguin.
Katz, N. H., & Flynn, L. T. (2013). Understanding Conflict Management Styles: Face-to-Face and Online. Routledge.
Ury, W. (1993). Getting Past No: Negotiating in Difficult Situations. Bantam.
Goleman, D. (1995). Emotional Intelligence: Why It Can Matter More Than IQ. Bantam Books.
Bar-On, R. (2006). The Bar-On Model of Emotional-Social Intelligence (ESI). Psicothema, 18(Suppl.), 13-25.
Salovey, P., & Mayer, J. D. (1990). Emotional Intelligence. Imagination, Cognition and Personality, 9(3), 185–211.
박동건, 김도연 (2018). “조직 내 갈등지능이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 감성지능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조직행정학회보, 16(3), 45-70.
정명숙 (2015). “학교 리더의 갈등지능과 조직문화의 관계.” 한국교육행정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015(하), 91-104.
유형근 (2021). “감성지능이 갈등관리와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 리더십개발연구, 8(1), 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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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인가 2025-07-04 13:38:10
이글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우게 되네요
요즘 정신못차리게 일을 시켜대는 사람들 때문에 현타가 오는데... 이익의 교집합...을 생각해봐야겠네요
퍼플체어/ 단기적 감정폭발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심신을 단련하고 자기계발에 힘쓰는 것도 좋겠지요
보송 2025-07-04 13:30:31
하지만 과도힌 인내와 스트레스는 발기와 섹스에 좋지 않더라고요
아~ 직장과 일의 성공 이냐 섹스의 성공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퍼플체어/ 아마도 단기적 감정 해소와 장기적 갈등관리 중 선택의 문제 같습니다. 갈등유발자를 마주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통제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무조건 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을 준다고 하네요. 엄밀히 말하면 단기적으로 참지만 장기적으로 굴복시키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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