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리스 - 나의 이야기.
70
|
|||||||||
|
|||||||||
햇수로 5년 차, 섹스리스예요.
아마, ‘헉’ 하셨을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러면서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 떠오르겠죠. “힘들지 않나요?” 그렇게 물으신다면… 처음엔 그랬던 것도 같아요. 그런데.... 현재는, 제 자신이 자웅동체가 된 기분이라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그리고, 또 다른 궁금증이 있으실지도 모르죠. “그럼, 어떻게 해소하세요?” 그렇게 물으신다면, 전 ‘해소’라는 걸 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욕망의 모양도, 채워지는 방식도 다르잖아요. 전 육체의 충만보단 정신의 충만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이거든요. 아마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갈 것 같아요. (웃음) 그럼 또, ‘자기관리를 못해서 부부 사이가 멀어진 거 아닌가요?’ 하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상상에 맡기겠지만, 나쁘지 않을걸요? (웃음) ‘노력 안 해본 거 아니냐’고요? 그럴 리가요. 애썼죠, 정말 많이. 생각해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었죠. 얼굴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손만 스쳐도 가슴이 뛰었던. 같이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마음이 찰랑였고, 그의 말 한마디가 하루를 들뜨게도, 가라앉히기도 했었던 그때의 그 시간, 그 기억들. 그러나, 부부라는 관계는 사랑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더라고요. 서운함, 오해, 책임, 피로… 말 못 한 감정들이 하나씩, 둘씩, 풀지 못한 문제처럼 그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퇴적층처럼 굳어지고, 협곡이 되어, 건너갈 수 없을 만큼 깊디깊은 협곡으로 자리매김하죠. ‘노력’이라는 건, 쌍방이 해야 하는 건데, 부부 사이엔 항상 ‘속도’만 있고, ‘리듬’은 없어요. 그마저도 한 사람이 맞추기 시작하면 그건 곧 일방이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해결이 아닌 반목만 남죠. 결국, ‘단념’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돼요.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하듯,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유한한데, 그렇게 내 마음이 깎이고, 깎이고, 또 깎여서, 더는 깎일 곳이 없어지면 ‘미련’이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미련이 사라지면 마치 구속에서 벗어난 듯 영혼이 가벼워져요. 홀가분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딱. 여기까지면 좋을텐데, 하필, 그 자리에 슬며시 들어오는 감정이 있어요. 허전함이죠. 재미있죠? 벗어난 듯 자유로운데, 텅 빈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 가끔은, 내 젊음이 아깝고, 내 열정이 아깝고, 무엇보다 ‘나’라는 내가 아까워서 양가감정 속에서 혼자 내적 혈투를 벌이곤 해요. 항상 그 싸움의 승자는 정해져 있어요. 바로,'나’예요. 어제도 혈투가 있었죠. (웃음) 그래서, 저는 또다시 중심을 잡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묵묵히, 열심히 오늘의 삶을 살아요.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며, 거울 속 자신에게 말하죠.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이만하면 복에 겨운 삶이다.” 이렇게 얘기를 풀다 보니, 측은지심이 유발되는 포인트가 생기는데, 타고나길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일 뿐더러 외로움을 타는 성격도 아니라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ㅎ 그리고, 제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다만, 저와 결이 다를 뿐. 해서, 저는 오늘도 멋지고, 근사하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엄마 밥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식집사에 충실하며, 밤이 오면, 조용히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를 돌아봅니다.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엄마이기 전에, 나는 ‘나’이기에. 그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음... 혹여라도, 저와 같은 분이 계시다면, 잊지 않으시길 하는 바람을 이 글에 조심스레 담아 봅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