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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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돛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 그는 내 오랜 친구였다.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항해는 처음부터 거센 풍랑 속이었다. 사법시험 첫 실패, 그리고 연인의 배신 첫 번째 시험에 떨어진 날, 그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위로해주려고 달려간 나에게 그는 눈을 붉히며 말했다. “나, 지금 너무 쓸모없는 인간 같아.” 그의 곁에는 오랜 연인이 있었다. 늘 조용히 응원해주는 줄 알았지만, 며칠 뒤 그 여자가 그를 떠났다. 기다림에 지친 그녀가 의사와 맞선을 봤다고 한다. 친구는 말없이 이별을 받아들였다. “붙지도 못한 주제에, 사람까지 붙잡을 자격은 없지.” 어머니의 병상, 그리고 삶의 몰락 설상가상, 몇 달 후 어머니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장남이었던 그는 병원과 고시원, 그리고 학원강사 자리를 오가며 생활비와 병원비를 감당했다. 그해 겨울, 그는 한밤중에 빈 학원 강의실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다고 했다. “내가 이 배를 버리고 도망쳐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 포기하고 싶지가 않더라.” 법률구조공단의 좁은 사무실, 그리고 작은 희망 두 번째 시험마저 낙방한 후, 그는 시골 법률구조공단 사무실에 들어갔다. 월급은 적었고, 조건은 열악했지만, 그는 처음으로 “법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억울한 피해자, 무지한 서민, 말이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 속에서 그는 법전을 펴고 사람을 이해했다. 마지막 도전, 그리고 합격 그로부터 1년 반 뒤, 그는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밤늦게 내게 전화가 왔고, 그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니까... 이제 나, 내 배에 사람 태워서 항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검사가 된 후, 그가 내게 남긴 말 그는 검사실 책상 한편에 늘 한 권의 노트를 놓아둔다. 맨 첫 장엔 이렇게 적혀 있다. “바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돛의 방향은 내가 정한다.” 그리고 어느 날, 술자리에서 그가 말했다. “나도 바람 많이 맞았잖아. 여친한테도, 인생한테도. 근데… 내가 돛만은 안 접었거든. 그게 살 길이더라.” 내가 본 그의 항해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는 방향을 바꿨고, 방향을 바꾼 끝에 바람을 넘어섰다. 배신과 병상, 가난과 무력감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배를 버리지 않고, 돛을 달았다. 그가 말했듯,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방향을 바꾼 사람은 그 바람을 타고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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