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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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여름이 가장 미움 받는 것도 아마 이 무렵일 것이다. 불볕더위와 습도는 사람을 쉬이 지치게 만들고, 다들 서늘한 계절을 그리워하며 여름이 싫다는 말을 무시로 내놓는다. 나는 여름에 귀라도 달린 것처럼 그런 말 앞에서 움찔하며 괜히 이런 하이쿠를 만지작거려본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고비야시 잇사 이 짪은 문장을 이해할 만큼 여러 번의 여름을 살아낸 사람이라면, 어떤 계절도 미워하며 보내지 않겠지. 더위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건 앞으로 차차 식어갈 일만 남았다는 것. 대서 무렵이면 자전거 패달을 힘겹게 밟아 여름 언덕의 꼭대기에 오른 기분이다. 매년 겪으면서도 그 자리에 올라서야 아, 맞아,여름이란 이런 거였지 한다. 이제 바람을 가르며 언덕을 내려갈 일만 남았고 그 아래엔 마중 나온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이 언덕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여름 안에만 있는 것들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더위에 지치는 것도 여름이어서 가능한 일. 한겨울의 혹한속에서는 어쩌면 그리워할지 모를 순간. 주머니를 뒤집었을 때 나오는 모래 알갱이나 천 가방에 희미하게 밴 바다 냄새처럼. 겨울 속에 있을 때 내가 여름의 무엇을 그리워하고 했는가를 떠올리면, 눈앞의 여름을 좀 더 기운내서 살아간 힘을 얻게 된다. 김신지 - <제철 행복>중에서 무더위로 마음까지 지치지 않게 부디 건강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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