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깃발 아래: 거짓 명분이 초래한 비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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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까지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명분은 곧 깃발이다. 그 깃발 아래 모인 이들이 기꺼이 싸우고, 복종하고, 희생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아래에 정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그 깃발이 거짓으로 물들어 있었다면, 그 아래 모였던 이들은 진실이 아니라 야망과 속임수의 도구였다고. 레이히의 불꽃이 태운 것 1933년 독일, 베를린의 레이히 의사당에 불이 났다. 곧바로 나치당은 공산주의자의 소행이라고 발표했고, 히틀러는 ‘공공질서 회복’을 이유로 기본권을 정지시켰다. 그날 이후, 독일 국민은 자유롭게 말할 수도, 모일 수도 없었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조용히 무너졌다. 그 불은 실제로 누가 냈는가보다 중요한 건, 그 불이 “정권 강화”에 어떻게 이용됐는가였다. 히틀러는 그 사건을 명분 삼아 전체주의 체제를 굳히고, 결국 세계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갔다. 스스로 터뜨린 전쟁: 류차오허와 글라이비츠 1931년, 일본은 만주를 침공할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관동군은 자국이 운영하던 철도 일부를 스스로 폭파하고, 이를 중국군 소행이라 조작했다. 그렇게 만주사변은 시작되었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재앙의 문이 열렸다. 같은 방식은 나치 독일도 활용했다. 1939년, SS 요원들이 폴란드 군복을 입고 독일의 라디오 방송국을 공격한 ‘글라이비츠 사건’은 다음 날 바로 폴란드 침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거짓 깃발이 쉴 새 없이 펄럭였고, 진실은 총성과 함께 묻혔다. 통킹만의 파도는 수백만을 삼켰다 1964년, 미국 구축함이 북베트남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되었다. 존슨 대통령은 이 사건을 명분으로 ‘통킹만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그 결과는 10년에 걸친 베트남 전쟁이었다. 후에 밝혀진 바로는, 두 번째 공격은 애초에 없었으며, 첫 번째 공격마저도 오인일 가능성이 컸다. 수십만의 미국 청년들이 정글에서 죽었고, 수백만의 베트남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다. “거짓된 위협”은 누구의 이익을 지켰고, 누구의 청춘을 앗아갔는가? 내란 특검팀은 평양 드론기 사건에 외환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여 국지전을 유발하고 이를 명분삼아 계엄령을 선포하려고 계획했다는 설이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당한 정치가 아니라 편법이며 명분이 없고 장기적 혼란으로 이어질 위험이 컸다. 대사에는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짓된 명분이 아닌 올바른 대의명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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