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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부재가 낳은 사적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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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벤츠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값비싼 사회적 지위이자, 남들이 우러러보는 상징이다. 스위스에서는 벤츠가 공공버스에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벤츠가 ‘성공한 자’의 트로피가 된다. 이는 단순한 문화 차이로 설명되기보다는, 공공서비스의 질이 만들어낸 인식과 욕망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공공은 열악하고, 좋은 것은 사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학교는 학원이 보완하고, 공공수영장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대신한다. 버스와 지하철은 낙후되어 불편하니, ‘성공하면 차를 사야지’ 하는 발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이처럼 공공이 비워진 자리는, 사적 욕망이 채운다. 그 욕망은 종종 과시와 경쟁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스위스나 북유럽에서 대중교통이나 공공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은 불편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굳이 왜 차를 사지?’라는 질문을 받는다. 공공의 질이 높아지면 사적 대체 수요는 줄어들고, 사회 전체의 욕망은 덜 피로해진다. 그래서 시민은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료가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성공’과 ‘소유’를 동일시한다. 공공서비스는 대체재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 되었고, 진짜 좋은 것은 언제나 개인의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좋은 차를 타거나 고급 아파트에 사는 것이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는 선언이 되어버렸다. 만약 공공 교통이 조용하고 쾌적하며, 공공 수영장이 넓고 쾌청하다면, 벤츠의 상징성은 지금처럼 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공공의 품격은 사적 과시의 필요를 줄인다. 사회가 모두에게 좋은 것을 제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굳이 남보다 더 좋은 것을 갖고자 안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시스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공공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사적 욕망을 줄이는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세금은 곧 ‘나의 삶의 질을 공유하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인식과 시스템이 함께할 때, 우리 사회의 사적 욕망은 점점 줄어들고, 공동체의 품격은 높아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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