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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를 차지하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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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는 한반도 북쪽의 광활한 평야지대로서 대한민국 면적의 8배에 달한다. 석탄, 석유, 희토류, 철광석의 산지이며 옥수수와 콩의 생산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이 접경한 지정학적 요충지이며 역대로 만주를 차지한 민족은 중국의 핵심을 겨눌 수 있었다. 풍부한 자원과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만주를 둘러싼 전쟁은 끊임 없었다. 고대 수 당 제국은 만주를 제패한 고구려와 충돌했다. 이후 거란족(요)과 여진족(금)은 만주를 장악한 뒤 송나라를 밀어내고 북중국을 차지했다. 여진족의 후예인 만주족(청)은 드디어 중국 전체를 정복했다. 그런데 만주족이 중국에 동화되면서 만주와 중국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19세기 청이 약화되자 러시아가 만주에 출병했고 일본과 충돌했다. (러일전쟁) 일본제국주의는 만주 전체를 차지하려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일제는 미국의 원자폭탄 2발에도 버티려고 했지만 소련군 150만이 만주를 공략해서 관동군 70만명을 궤멸시키자 일왕은 즉각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2차대전 직후 중국의 국민당과 공산당 간 내전이 일어났다. 공산당이 불리했으나 공업지대였던 만주를 장악한 덕분에 역전하고 중공 정권을 수립할 수 있었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은 압록강까지 밀렸으나 만주에 주둔했던 중국공산당의 제4야전군 130만명이 비밀리에 참전하여 전선이 다시 고착됐다. 만주의 북쪽 경계를 두고 중국과 소련이 군사적으로 충돌했다. (중소 국경분쟁) 소련은 중국을 핵공격 하려고 미리 미국에 양해를 구했는데 미국은 핵전쟁에 단호히 반대하고 중국에 이를 알렸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이 화해했고 중국은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게 된다. 소련은 포위되었고 군사비를 증액하다 파산하고 해체된다. 한국과 북한은 미중 화해에 놀라 자주노선의 독재체제를 강화했는데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민주화되고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북한은 세습독재까지 나가다가 피폐해졌다. 이 모든 격변과 전쟁의 소용돌이가 "만주"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만주는 현재 둥베이(東北) 3성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은 한민족의 고토다.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가 이 지역을 근거로 수립됐다. 만주는 역사적 향수이자 잃어버린 강대한 제국의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고 만주를 그대로 보유했다면 거란, 여진, 몽골처럼 중국과 끝없는 전쟁 끝에 승리한다 하더라도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철저히 중국과 분리한 덕분에 조선은 중국과 명백히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주를 회복하자는 열망은 한국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태조 왕건은 만주 수복을 국시로 삼고 국호 자체를 고(구)려로 지었다. 묘청은 여진족을 정복하고 만주를 공략하고자 서경 천도를 추진했다. 우왕과 최영은 요동을 정벌하여 만주를 차지하려고 했지만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조선이 건국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후 정도전도 요동정벌을 계획했고 세종대왕과 세조도 여진족을 쫓아 만주 깊숙이 진격한 사례가 있었다. 효종은 북벌을 통해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으려 기병과 총병을 육성했다. 대한제국 때 고종황제는 간도관리사를 파견하여 남만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2차대전 직후 만주를 점령한 소련의 스탈린은 중국이 만주를 차지했을 때 연해주와 시베리아가 장기적으로 위협 받을 것을 우려하여 만주와 북한을 세트로 묶어서 완충지대 하나의 위성국가로 운영할 계획을 품기도 했다. 김일성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은 만주는 본디 조선의 영역이라고 사담으로 말했다는 설이 있다. 전두환 정권은 장차 통일한국이 유사 시 중공군과 만주에서 결전을 치룰 수 있다는 전략보고서를 마련하기도 했다. (백두산 계획) 우리는 만주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분석해보면 부정적이다. 태조 왕건 당시 거란족은 동북아 최강이었고 고려는 방어에도 벅찼다. 묘청 당시 금나라가 최강이었고 이성계와 정도전 당시 명나라의 군사적 전성기였다. 효종의 북벌 계획 시 청왕조는 군사적으로 강대했다. 만약 한반도가 통일되고 중국이 분열되는 등 지정학적 급변 사태 시 우리가 만주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을까 물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전략적 이득 이면에 엄청난 비용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주변 강대국과 외교적 갈등과 전쟁의 가능성 1억에 달하는 중국계 거주민들의 통제 및 치안 문제 노후화된 경제에 대한 투자 비용 문제 등 심각한 문제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만주는 중국에서도 낙후되고 근심거리가 된 후진적인 지역으로 전락했다. 산업시설 노후화, 고령화, 인구감소, 범죄율 증가 등 중국 정부가 동북병(東北病)이라고 부르는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기괴한 우울함과 어두운 범죄의 이미지로 조롱받는 마계 3성이 바로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이며 즉 동북3성이다. 굳이 만주를 떠맡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경제협력특구 전략적 완충지로 둘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을 것 같다. 통일한국의 판도가 요하나 흑룡강까지 미친다면 민족적 자부심이 넘치는 대사건이 되겠지만 과도하게 팽창할 군사비와 전쟁가능성으로 얻는 것은 적고 비용과 위험 피로도는 극심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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