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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화, 언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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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은 모든 성향의 언어화, 그리고 제도화입니다.
그래서 그닥 인기 없을 글들을 적어내리고 있죠. 어느 글을 읽고 답을 적고 돌아서 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에, 몇 자 남겨봅니다. 대상화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ㅡ“대상화만 존재하는 세계”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언어적인 감정의 표출과, 직관만이 지배하는 욕망의 세계는 오해와 도구화가 넘치게 됩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성향과 욕망이 존재하죠. D/s, DDLG, Exhibitionism, Voyeurism, Sadism, Threesome, Swing, Gangbang... 이외에도 나열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욕망이 서로 뒤섞이고, 분화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활자보다는 노출된 이미지에 더 많은 관심과 반응이 쏟아지고, 언어보다 자극이, 맥락보다 장면이 더 많은 주목을 받습니다. 더 많은 지원을 받고, 더 빠르게 소비되죠. 문제는 그 자체라기 보다, '그것만이 전부'인 세상입니다. 욕망은 말보다 먼저 움직이고, 몸은 생각보다 빨리 반응하지만, 그 모든 관계와 감각이 언어 없이 오갈 때, 우리는 쉽게 오해하고, 쉽게 상처 주고, 쉽게 붕괴합니다. 성적 욕망에 솔직했던 사람들이 착취와 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해의 부족이 관계의 균열을 만들고, 때로는 자아의 해체와 트라우마까지 이어지기도 하죠. 그만큼 성과 욕망을 다룬다는 건 무거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는 이 시점이 몸의 대상화와 더불어 언어적 표현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관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오해를 낳습니다. 언어는 느리고 어렵지만 정교합니다. 감각과 사유, 욕망과 의미는 함께 갈 때 가장 온전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BDSM이 걸어온 길이 가끔은 부럽습니다. 그들은 어쩌면 더 일찍부터 자신들의 욕망을 언어화했고, 조심스럽게 제도를 만들고, 나름의 규범과 문화를 쌓아왔습니다. 반면, BDSM에서 파생된 수많은 ‘킨크(KINK)’들ㅡ 또는 전혀 다른 기저에서 비롯된 성향들은 명확한 개념 없이 떠돌거나, 그저 감각을 비트는 자극과 왜곡된 포르노 속 장면들만을 ‘가이드’처럼 삼아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욕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성적 대상이 되는 것, 몸을 드러내는 것, 표현하는 것 자체도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모든 것 위에 ‘언어’가 존재하지 않을 때입니다. 언어 없는 욕망은, 결국 ‘오해의 훈련’이 됩니다. 보고, 보이는 사람 모두가 보상과 강화의 체계에 익숙해질 뿐, 서로를 더는 사람으로 느끼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보는 자든, 보여지는 자든ㅡ 욕망은 결국 ‘전달’을 원합니다. 그리고 언어는 그 욕망을 온전하게 건너가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다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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