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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시작은 말과 언어로부터 [JinTheStag님의 '대상화, 언어화' 글을 읽으며 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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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사이둥소 조회수 : 343 좋아요 : 1 클리핑 : 0
[제 글은 JinTheStag님이 이전에 쓰신 '대상화, 언어화' 라는 글을 읽고 오시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글이 다소 긴 점 죄송합니다. 가독성을 위해 여러편에 나눠 올릴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재는 제 생각 정리를 할 겸 쓰는 것이기도 해서 넘버링으로 대체하겠습니다. 

1.
제가 레홀에 오고서 가장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이곳에는 적어도 성과 성생활, 몸과 몸적 욕망에 대한 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말과 언어는 조금 다르겠죠.
말을 아무리 모아도, 언어가 되지 못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언어에 능통하다고 말들이 자유롭게 내뱉어지는 것은 아니듯이요. 

중요한 것은, 제가 언제부턴가 제 삶, 그리고 한국 사회, 더 넓게는 주류 문화 (저는 주로 유대기독교/헬레니즘에 뿌리를 둔 서구 지성사의 문화를 염두에 두고 있긴 합니다)에서
성, 성생활, 몸, 그리고 몸적 욕망에 대한 언술도, 언어도 너무나 편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점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과 몸, 그리고 욕망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들이 말로 표현되는 것을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고,
간혹 말로 표현되는 경우는 정상성을 벗어난, 혹은 안정성이 결여된, 혹은 윤리성이 훼손된 무언가로 격하된 채로의 묘사였습니다. 

20대때 원나잇을 밥먹듯이 하고, 자신들의 외양, 혹은 사회, 경제적 지위를 가지고 온갖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던 친구들도 제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들도 자신들의 '감각'에 충실했고, 그에 기반한 '실천'들이 많았을 뿐, 자신들이 겪은 모든 것에 대한 유의미한 '말' 그리고 '언어'를 구축해 가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30대가 돼보니, 그들은 일찍 결혼을 하고 자리를 잡는 저를 보며 "부럽다"라고 말하고, "나는 아직 철이 못들었다" 라고 하거나, "나 좀 정신차려야 하는데" 라는 식의 말을 다소 진심을 담아서 제게 하더군요. 
그들의 그런 표현들이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는 묵묵히 그러한 제 감각과 욕망들을 억누르고, 그 통제와 절제를 합리화 할 나름의 '말', '언어', 그리고 나가아 '당위'까지도 갖고 살고 있었거든요. 
그들도 자신들만의 그런 토대가 있다고 믿고 싶었나 봅니다. 

2.
BDSM 성향자나, LGBTQ커뮤니티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매번 감탄하는 것은, 이들이 자신들의 몸과 욕망에 대한 말, 그리고 나아가 언어와 당위까지도 성실하게 구축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그들의 노력은 물론 마냥 축하할 일은 아니겠죠. 
사회와 개인의 전면적 대립, 전통적 도덕/윤리, 혹은 종교적 세계관에 완전히 빗겨나간 듯한 자신의 실존에 대한 고뇌와 자기부정 및 자기이해의 피말리는 굴레를 
통과하고 또 살아내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쌓아올려진 눈물의 (그리고 문자 그대로 '피와 죽음의') 결과물들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이제 말이 있고 언어가 있습니다. JinTheStag님이 말씀하신 제도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어딘가로부터 시작을 했고, 나아갈 이정표가 흐릿하게나마 있습니다. 

문제는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성애적 성향을 가진 남성, 여성들이겠죠. 저와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는 남녀 관계의 여러 준칙들 속에 살면서, 이해는 커녕 때로는 감당도 어려운 성적 감각과 욕망들을 안고 삽니다.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말과 언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정상적"인 남녀의 성적 욕망과 감각을 위한 말과 언어는 너무나 협소한 공간 속에서, 편협하게 존재할 뿐입니다. 

그럼 점에서 우리들은 정처없이 떠돕니다. 

운이 좋으면(?) 그 몇조금 안되는 말과 언어로, 자기 자신을 이해는 끝내 못한대도, 어떻게 사회적으로 용인된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살다가
성적 감각과 욕망이 모두 퇴색되고 시들해질 때쯤에야 안도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자기가 무얼 원하고, 왜 원하는지 알지 못해,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후회할 방식으로 그러한 감각과 욕망을 억지로 해소하고 분출하려다가
더 깊은 자기혐오와 허무에 빠진 채로 허우적거릴 수도 있구요. 

둘 다 제가 느끼기에 별로 바람직하지도, 건강하지도 않은 방식입니다. 

3. 
물론 압니다. 그런 말과 언어가 없이도 무난하게 살 수 있는 복받은 천성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요
성적 욕망과 감각에 대해 비교적 무던하고 무감한 성정의 사람들 또한 많다는 것을요.
그들에게는 이런 제 고민들이 너무나 지엽적이고, 어찌보면 자기합리화적 무언가 일지 모르겠다는 자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운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고, 저는 하필 그렇게 못 살겠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하는 거겠죠. 

레드홀릭스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저처럼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성을 위한 말과 언어가 구축돼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물론 나름의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일은 함께 할때 가장 잘 이뤄지고, 또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이해가 없을 때 자극이 우선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섹스도 그렇겠죠.

그런 점에서 JinTheStag님이 이번 글의 말미에 써주신 표현은
굉장히 와닿더라구요. 그 문구로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혹시나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언어 없는 욕망은, 결국 ‘오해의 훈련’이 됩니다.
보고, 보이는 사람 모두가
보상과 강화의 체계에 익숙해질 뿐,
서로를 더는 사람으로 느끼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보는 자든, 보여지는 자든ㅡ
욕망은 결국 ‘전달’을 원합니다.
그리고 언어는 그 욕망을 온전하게 건너가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다리입니다."
-JinThe Stag, '대상화, 언어화' 중 "
어려사이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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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체어 2025-08-03 18:52:24
진심이 묻어나는 글, 깊이 있게 읽었습니다. '말'과 '언어'의 구분에서 시작해 자신과 사회를 성찰해가는 흐름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저도 ‘정상성’이라는 이름 아래 욕망을 말로 다루는 데 익숙하지 못했고, 그 공백이 때로는 오해와 왜곡을 낳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글들이 조금씩 모여 우리가 욕망을 더 정직하게, 더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언어의 기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우물 파는 이들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자몽주스 2025-08-03 17:48:15
글 전체를 그냥 어디에다가 스크랩 해 놓고 싶네요...구구절절 공감하는 말들 뿐이라
어려사이둥소/ 앗? 아직 더듬더듬 길을 찾아가는 글들인데, 자몽주스님도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 와닿으셨나 보네요 ㅎㅎ 길 잃지 말고 잘 찾아가보죠.
JinTheStag 2025-08-03 16:07:02
헐... CCTV 돌리셨나요? 빅브라더?
제가 말은 잘 못하는 건 어찌 그렇게 정확히 보셨는지.
"언어에 능통하다고 말들이 자유롭게 내뱉어지는 것은 아니듯이요."


맞습니다.
BDSM이나 LGBTQ 커뮤니티가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며
어쩌면 ‘타의적 합리화’를 통해 언어를 갈고닦아온 전형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더라도, 결과적으로 욕망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게 해준 셈이죠.
이 꼰대 사회 속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서사랄까.

그리고 지적하신 대로
지금의 초대남이든, 텔레그램방이든,
혹은 어떤 성향의 실천이든 이미 감정 표현에 익숙하거나
건강한 직관을 주고받을 줄 아는 사람들에겐 언어화가 없어도 문제없이 ‘흘러가는’ 관계일 수 있어요.

다만, BDSM 외의 성향들은
집단의 언어가 농축되고, 서로 감각을 조율할 수 있는 구조가
확립될 기회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굳이 저를 언급해주신 건 쪽팔려 죽으란 뜻은 아니시죠??
어려사이둥소/ 그럴리가요. 이번 글은 워낙 JinTheStag님의 이번 글로부터 받은 영감이 큰 글이었어서, 충분한 존중을 표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 써주시는 글들 늘 감사히 읽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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