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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면
난 가끔 식탁에 앉은 아내 앞에서
꼬추 풍차를 돌린다.
그러면 아내는 입을 벌린 채 경악하다
소리를 지르고 방으로 도망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개그다.
한때는
공간을 장악하는 사람들,
말빨 좋고 재치 넘치는 이들이
참 부러웠다.
내겐 그런 게 없었다.
말은 무겁고, 농담은 어색했다.
그런데도
사랑받았고, 사랑했고
누군가는 그런 나를 좋아해줬다.
아...
그렇다면 그걸로 충분했던 거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부러워하던 것들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생긴 대로 사는 거지 뭐
게그감이 너무 좋으신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