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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증과 인정욕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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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근육질의 몸을 만들었습니다. 오래 걸렸고, 단순한 취미로만 설명되지는 않는 일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왜 그렇게까지 몰입했는지, 그 동기를 지금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겠습니다. 그저, 나약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 조금은 단단해지고 싶었다는 막연한 감정만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제 몸을 다듬고 확인하는 이 반복 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자주 떠오르는 감각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제가 육체적인 갈망과 흥분의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욕망당하고 싶은 충동입니다. 그 시선이 저를 스쳐 지나가기를, 그리고 잠시라도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혹시 이건 노출증의 한 형태일까? 옷을 벗고 싶은 충동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싶다는 감정 말입니다. 어떤 날은 불쑥 이런 생각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지금 이 몸을 보여주면, 저 사람이 나를 원하게 될까?’ 또 어떤 날은 이 모든 게 단지 채워지지 않은 인정욕구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은 유창한 말솜씨로, 어떤 사람은 사회적 지위로,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성격으로 사랑을 받습니다. 나는 혹시, 이 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노출의 충동과 인정의 갈망은 분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흥분이 있고, 그 밑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며, 그 아래에는 어쩌면 ‘살아 있다는 실감’을 얻고 싶은 더 깊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육체는 너무나 물리적인데, 이 욕망은 너무나 심리적이어서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계속 어긋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누구에게 보이고 싶고, 왜 보이고 싶은 걸까요? 이 욕망은 정말 제 것일까요, 아니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제 안의 반향일까요? 혹은, 타인의 욕망을 빌려서라도 제 존재를 실감하고 싶어하는 외로운 몸부림일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하며 조용히 되새깁니다. 항상 혼자 있는 시간에 그렇습니다. 아무도 저를 보지 않는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가장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싶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전히 저 자신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그 단련은, 몸을 만들기 위한 것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제 고집이자, 제 경계선입니다. 이 몸이, 이 욕망이 말하고 있는 것을 제가 먼저 제대로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 말은, 아직 제게도 명확히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저 어딘가에서 웅얼거리듯 맴돌고 있을 뿐입니다. 욕망인지, 인정인지, 그 둘이 뒤섞인 무언가인지— 저는 그 안에서 여전히 묻고 있습니다. 이 몸은, 정말 누구의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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