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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날 사랑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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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통통이'였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통통한 아이들을 뚱뚱이라고 불렀다. 그 단순한 호칭 하나가 내 안에 깊숙이 박혀, 나는 스스로를 남들의 시선 속에 갇힌 '뚱뚱한 아이'로 규정했다.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에 학업 스트레스가 더해지며 몸무게는 정말로 '뚱뚱'을 찍었다. 흔히들 말하는 '남중 남고'와의 핑크빛 인연은 내게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고2,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공부하기에도 바쁜 시기에 소개팅이 잡혔고, 1주일 만에 7kg을 뺐다. 그 만남은 좋은 '남사친'을 남겼지만, 그 후로 나는 10kg을 더 감량했다.( 대학교는 운 좋게 내가 원하던 학과에 합격했다.) 날씬해진 나는 고3 때 첫사랑 오빠를 만났고, 내가 날씬했기에 그 오빠와 만날 수 있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은 다시금 나를 살찌게 만들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술자리와 야식으로 몸무게는 불어났고, 나는 다시 위축되기 시작했다. '살이 찌면 못생겨져서 남자가 안 생겨.' 이 지독한 믿음은 나를 옭아맸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48~49kg을 유지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그리고 남편을 만났다. 첫눈에 반한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고,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몸무게도 불어났다. 연애 1년 만에 15kg이 쪘다. 진우를 만날 당시에 나는 살이 쪄서 못생겨졌다고 왈칵 눈물을 터뜨린 적이 있다. 그때 진우는 내 눈을 보며 말했다. "누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내 눈엔 특히 예쁘지. 자신감 가져요." 설령 거짓이라 해도, 그날의 진심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몇 번의 출산 후 몸무게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나는 남편에게 종종 질문을 던졌다. "내가 이렇게 뚱뚱해졌는데, 날씬한 여자랑 만나고 싶지 않아? 연애 때보다 너무 뚱뚱해져서 못생겨졌잖아. 그런데도 아직 나 보면 막 하고 싶고 그래?"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답도 없는 질문 하지 마. 내가 당신 외모 보고 뭐라 한 적 있어? 그냥 당신이어서 좋은 거지, 뚱뚱해져도 상관없어."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만족스러운 답을 주었다는 듯 으쓱대는 남편을 향해 나는 짓궂게 물었다. "그럼 그 야동 속 여자들은 왜 그렇게 다 말라깽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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