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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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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lan님의 댓글을 참고하여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다시 썼습니다.) 몇 년 전 코카서스 3국을 여행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만난 현지인 가이드는 한국말에 능했다. 그는 연*대학교 한국어학당 출신이라고 했다. 나는 그와 담소를 나눴다. -바쿠 유전이 러시아 것인 줄 알았어요 -구 소련 시절에 석유를 착취당한 거죠 -왜 저항하지 않았나요 -러시아는 크고 우리는 작으니까요 -일본은 작은데 러시아와 싸워 이겼어요 -그건 아니죠 -왜요 -러시아 본토에서 일본까지 엄청 멀잖아요 우린 엄청 가깝구요 -글쎄요... 나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아제르바이잔의 청년이 안타까웠다. 중국이 한나라 이후 수천 년간 사방으로 정복전쟁을 벌일 때, 고조선 이래 한민족의 왕조들은 맹렬히 저항했고 베트남 역시 그러했다 (Taylor, A History of the Vietnamese, 2013). 현재 이들 두 나라는 중화 문화권과 분리된 독립국이며, 인접의 여러 민족은 흡수되었다. 심지어 우리는 악명 높은 몽골의 침공에도 40여 년간 장기 저항하여 (Peter Jackson, The Mongols and the West, 2005), 부마국이라는 형식적 지위 속에서도 실질적 독립성을 유지했다. (단, 베트남도 13세기 원(몽골)의 3차 침공을 모두 격퇴한 바 있으므로 ‘유일한 국가’라기보다는 대표적 사례라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 누구도 바쿠 유전처럼 한반도를 일방적으로 착취하진 못했다. 일제는 1910년 강제병합 이후 강압적 식민지 수탈을 강화했지만, 1919년 3·1운동의 거국적 저항으로 ‘문화통치’라 불린 통치 방식의 변화가 있었다 (Eckert, Offspring of Empire, 1991; Shin & Robinson, Colonial Modernity in Korea, 1999). 그러나 이는 착취 중단이 아닌 방식 변화였다. 상대적 국력은 약했으나 우리는 지혜롭고 끈질기게 투쟁·저항, 그리고 적절한 협상을 통해 독자적 공간을 확보해왔다. 한국은 결코 약한 나라가 아니라, 주변국이 너무 강대한 것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 역사적 사례에서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 첫째는 프로이센 독일이다. 프로이센은 신성로마제국 시대의 소국으로, 사방이 러시아·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프랑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기민한 외교와 정예군을 통한 단기결전으로 1866년 보오전쟁, 1870–71년 보불전쟁에서 승리하여 독일을 통일했다 (Craig, The Politics of the Prussian Army 1640–1945, 1955). 프리드리히 2세 시절, 그는 종교 관용, 간척·농업개혁, 이민 유치 등으로 인구를 증대시켰다 (Blanning, Frederick the Great: King of Prussia, 2015). ‘성문화 장려’와 같은 기록은 역사적으로 근거가 없다. 둘째는 일본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청·러시아 두 대국에 승리를 거뒀다. 특히 러일전쟁의 승리는 외교전의 결과였다. 일본은 1902년 영일동맹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미국 금융가 야곱 시프 등으로부터 해외 자금을 조달해 전쟁자금을 충당했다 (Sims, Anglo-Japanese Alliance, 1982; Urofsky, American Jewish History, 2009). 러시아의 보급선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제한되어 병목현상이 있었고, 일본군은 봉천(선양)과 여순을 점령, 1905년 쓰시마 해전에서 발틱함대를 격멸했다 (Connaughton, The War of the Rising Sun and the Tumbling Bear, 1988). 또한 일본 정보장교 아카시 모토지로는 러시아 혁명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여 불안을 조성했다 (Jansen, The Making of Modern Japan, 2000). 1905년 ‘피의 일요일’ 이후 혁명이 격화되며 러시아는 전쟁 지속 능력을 상실했다 (Figes, A People’s Tragedy, 1996). 이 교훈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한반도가 위기에 처할 경우, 우리는 결코 고립되어선 안 되며, 동맹과 외교를 통해 강대국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또한 적의 보급선과 내부 분열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는 70% 이상이 산악지형으로, 임진왜란의 왜군, 병자호란의 청군, 6·25전쟁의 미군 모두 지형 때문에 장기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National Atlas of Korea, 2011; Cumings, The Korean War, 2010). 일본군 역시 청일·러일전쟁에서 한반도를 피해 만주로 전장을 확장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대영제국, 소련, 미국이 모두 고전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Barfield, Afghanistan: A Cultural and Political History, 2010). 구한말 조선은 근대적 군대가 거의 부재해 전쟁 없이 일본에 병합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러일전쟁은 대한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졌기에, 오히려 우리가 깊이 연구해야 할 교훈의 보고다. 만약 러시아가 승리했다면 교훈은 제한적이었겠지만, 일본이 승리했기에 시사점이 크다. 역사의 적은 미워하되 교훈은 배워야 한다. 향후 만약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사라지고 한국이 동북아에서 홀로 남는다면, 중국·러시아·일본이라는 세 강국과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북핵이나 부동산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국가 생존의 위기일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나는 러시아와 싸울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얼굴에 깊은 그늘을 드리운 아제르바이잔 청년을 잊지 못한다. 참고문헌 Barfield, T. (2010). Afghanistan: A Cultural and Political History. Princeton University Press. Blanning, T. C. W. (2015). Frederick the Great: King of Prussia. Random House. Connaughton, R. M. (1988). The War of the Rising Sun and the Tumbling Bear: A Military History of the Russo-Japanese War 1904–1905. Routledge. Cornell, S. (2007). The Oil and the Glory: The Pursuit of Empire and Fortune on the Caspian Sea. Random House. Craig, G. A. (1955). The Politics of the Prussian Army 1640–1945. Oxford University Press. Cumings, B. (2010). The Korean War: A History. Modern Library. Eckert, C. J. (1991). Offspring of Empire: The Koch’ang Kims and the Colonial Origins of Korean Capitalism 1876–1945.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Figes, O. (1996). A People’s Tragedy: The Russian Revolution 1891–1924. Viking. Jackson, P. (2005). The Mongols and the West 1221–1410. Routledge. Jansen, M. B. (2000). The Making of Modern Japan. Harvard University Press. National Atlas of Korea. (2011). National Atlas of Korea. Korea National Geographic Information Institute. Shin, G. W., & Robinson, M. (Eds.). (1999). Colonial Modernity in Korea. Harvard University Asia Center. Sims, R. (1982). Japanese Political History Since the Meiji Renovation 1868–1912.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영일동맹·외교 부분 참고) Taylor, K. W. (2013). A History of the Vietnamese. Cambridge University Press. Urofsky, M. I. (2009). American Jewish History.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Jacob Schiff와 일본 전비 조달 관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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