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랜더에 가슴이 작은 여자.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그리고 똑단발이 어여쁜 여자.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은 내 곁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또 연상을 좋아하지만 좀처럼 난 연상에겐 인기가 없는지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 무슨 신기한 인연인지, 이런 나를 좋다고 해주는건 탐스럽고 육덕진 몸매의 연하, 그것도 한참 연하의 여성들뿐이다.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다. 시절인연이 끝나 서로의 길이 갈리는 그 순간까지 보듬어줄 것이다. 그러나...가슴이 작고 사랑스런 여성은 어째서 내 곁을 그리도 금방 떠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우연인 것인지... 그렇기에 더더욱 마른 여성에 대한 로망이 비대하게 커져감을 알면서도 억누를 수가 없는 것이다. 내 천박한 성욕과 탐착은 그 어떤 밑빠진 독보다 깊어서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질 않는다.
내 곁의 그녀들은 아마도 이런 나를 모를 것이다. 그저 모르기를, 그녀들이 상처받지 않기를, 나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갈구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더러운 욕구에 얼룩진 나는 오늘도 윤상의 노래를 들으며 익숙한 사색에 잠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