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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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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검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자기 검열은 어떤 표현이나 사상이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을 고려하여 스스로 표현을 제한하는 행위 전반을 뜻합니다. 자기 검열은 자기 반성 혹은 성찰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집니다. 자기 성찰은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며 개인적인 자기 평가라면, 자기 검열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극히 강요된 행위의 틀이자 그 근원입니다. 우리는 전체주의, 독재를 떠올릴 때 흔히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혹은 조금 멀리 가면 근대 일본, 독일, 이탈리아 같은 주축국들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파시즘은 어떤 사상, 어떤 이념, 어떤 이론을 막론하고 결합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옳으니 모두가 이것만 따라야 한다”라는 생각이 결합된 모든 관념, 철학, 윤리 또한 파시즘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파시즘의 결과는 단순히 자기 검열이라는 개인적 행동에 머물지 않습니다. 문화적으로는 사고의 경직으로 이어지고, 연구,창작,학술 활동의 축소를 낳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사상적 경찰국가의 풍경을 만들어갑니다. 반대쪽 이야기도 잠시 해보겠습니다. 한때 안티-페미니즘(이라고 쓰고 병신들로 읽던) 계열에서는 워마드의 상징인 ‘2cm 손가락 모양’을 각종 창작물에서 찾아내느라 혈안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게임, 웹툰, 각종 미술 작품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자신들에게 거슬리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커뮤니티에서 토로했고, 기업들은 그에 놀라 해당 상징이 의도되었든 아니든 해명하고 삭제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이런 시대가 건강하다고 느끼실 분들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무속 신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어떤 ‘믿음’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영적 존재로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 중 하나로서, 무속은 매우 아름다운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신앙이 죽은 존재, 즉 ‘령’을 두려움이나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한국 무속은 그것을 달래고 돌려보내는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함께”의 사상을 담고 있다고 느낍니다. 가끔 그런 관심으로 인강을 결제해 강의를 듣곤 하는데, 그 시간에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남성, 어둠, 현실은 빛이라는 대극 속에서, 여성 무당은 빛으로써 어둠을 대하고 달래는 상징을 이야기하던 교수님이 굳이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만”이라는 사족을 덧붙이셨습니다. 그때 저는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저승사자와 무당의 구도가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길래, 꼭 그렇게 자기 검열부터 해야 하는지. 무속의 포용성과 유연함을 해석하는 일이 왜 페미니즘 혹은 안티페미니즘의 잣대와 연결되어야 하는지. 저는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미리 무죄를 선포해야 하는 시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손가락은 연인을 쓰다듬는 것으로, 김치는 라면의 궁합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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