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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보는 내 인생 삼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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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일화를 쓰고 올리려니, 누군가 이미 ‘세 일화’를 올려놨다.
비슷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구냐, 우리 집에 CCTV 달아놓은 사람! 나 혹시 사찰 당하나? 아니면 레홀러들은 칼라로 연결되어있는 것인가?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잊혔다 생각해도 때때로 떠올라 온전히 잊히지 않는 장면들. 그게 정말 그저 그런 일이었을까, 문득 의심하게 되는 일들. 내게도 그런 기억이 세 번쯤 있다. 이름 붙이자면 ㅡ 내 인생의 사소한 삼대 미스터리. 1. 불광동 자취방의 그녀 군 제대 후, 복학 전까지 학비도 모을 겸 용돈도 벌 겸 ADSL 시절의 인터넷 설치 기사를 했다. 처음엔 노가다도 해봤지만 일이 들쑥날쑥해서 여행 경비를 마련한 뒤로 오래 버티긴 어려웠다. 그날의 동선은 불광동 구옥촌. 세기말에 접어든 그때의 그곳은, 비탈길을 따라 낡은 집들이 이어진 곳이었다. 몇 집을 돌고 마지막쯤이었나. 또래쯤 되는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어색한 분위기에 낯가림이 있던 사람이라 보통은 말없이 설치만 하고 금세 빠져나오곤 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는 과자며 음료며 챙겨주고 “학생이세요?” “일 힘들지 않나요?” 하며 계속 말을 걸어왔다. 창문 틈으로 외부에서 선을 밀어넣고, 안에서 장롱 밑으로 그 선을 빼내야 했는데, 그녀가 갑자기 “제가 할게요” 하더니 짧은 치마를 입은 채로 엎드려 좁은 공간에 몸을 들이밀었다. 눈 둘 곳이 없었다. 내가 “그만두세요, 제가 할게요” 해도 끝까지 자기가 하겠다고 버티던 그녀. 그날 나는 서둘러 설치를 끝내고, 끝없이 종알대던 그녀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나와야 했다. 그녀는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그랬던 걸까. 그게 내 첫 번째 미스터리. 2. 만원 지하철의 그녀 서른 중반쯤. 강남의 한림대 대학원에서 어떤 세미나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저녁, 퇴근 시간대의 2호선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사람들 틈에 밀리고 밀리다 보니, 나와 바로 앞의 여성이 아예 밀착된 상태로 서게 되었다. 몸을 틀 수도 없을 만큼의 빼곡한 지하철, 나는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절절히 의식해야만 했다. 특히 나는 여성의 엉덩이에 유난히 약한 사람이라 만감이 교차 했을 테지만 그 상황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았다. 결국 용기를 쥐어짜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너무 불쾌하실 것 같아요, 저도 굉장히 불편하구요. 가능하다면 위치를 좀 바꿔보죠.” 흠칫하던 그녀는 살짝 돌아보며 아주 조용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 순간, 미소인지, 내 착각인지 모를 표정이 스쳤다. 그 뒤로 몇 정거장 동안 우리는 말없이, 하지만 그렇게 닿은 채로 있었다. 그녀는 정말 괜찮았던 걸까. 그것이 두 번째 미스터리. 3. 출근길의 그녀 마지막은 불과 2년여 전, 출근길의 일이다. 언제나처럼 3호선. 자리가 없어 늘 기대던, 좌석 옆 기둥. 책을 읽고 있던 내 앞에 한 여성이 섰다. 그런데,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흔들려도 몸이 닿는 거리. 처음엔 단순한 우연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가 몸을 살짝 틀어도 그녀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이 많다고는 해도 서로 닿아야만 할만큼 빼곡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 그냥 그대로 있었다. 양재역에 도착할 때까지, 우루루 내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그녀는 아무 일도 없던 듯이 내렸다. 그녀는 정말 의도적이었던 걸까. 그게 세 번째 미스터리다. 세 여성의 모습은 다 달랐다. 시절도, 장소도, 나의 나이도 달랐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의미 없다 여겨도 때때로 설명을 찾는다는 것. 그게 바로 미스터리의 본질이니까. 가끔 생각한다. 그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내 삶이 던진 조용한 농담이었을까. 아무튼 이 세 가지 이야기. 내 인생의 삼대 미스터리. 재미로만 봐주시라.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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