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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덧없는 눈물이, 까닭도 모를 눈물이,
그 어느 성스런 절망의 심연에서
가슴에 치밀고 솟아 올라 눈에 고인다.
복된 가을 들판 바라보며
가버린 나날을 추억할 때에,
생생하기는 수평선 위로 우리 친구를 실어올리는
돛폭에 반짝거리는 첫 햇살같고,
구슬프기는 수평선 아래로 우리 사랑 모두 싣고
잠기는 돛폭을 붉게 물들이는 마지막 햇살같은,
그렇게 구슬프고, 그렇게 생생한 가버린 나날이여.
아아, 죽어가는 눈망울에 창문이 서서이
희멀건 네모꼴을 드러낼 무렵,
그 어둠 깔린 여름날 새벽 설 깬 새들의
첫 울음 소리가 죽어가는 귓가에 들려오듯,
그렇게 구슬프고, 그렇게 야릇한 가버린 나날이여.
애틋하기는 죽음 뒤에 회상하는 입맞춤 같고,
감미롭기는 가망없는 환상 속에서
지금은 남의 것인 입술 위에 시늉이나 내보는
입맞춤같고
사랑처럼, 첫 사랑처럼 깊은,
온갖 회한으로 설레이는,
오, 삶 속의 죽음이여, 가버린 나날이여!
- 알프레드 테니슨 -
ps. 옛날 연습장 표지를 장식했던 시였는데 가을이 되니 생각이 나네요. 가을 호르몬의 마법에 한동안 빠져 있어도 될것 같습니다. (지금은 남의 것인 입술 위에 시늉이나 내보는 입맞춤같고)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편안한 퇴근 길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