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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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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NG 조회수 : 194 좋아요 : 0 클리핑 : 0

냉동실 구석에 있던 3년된 초콜릿을 꺼내 먹었다. 그녀가 내게 처음 줬던 발렌타인 선물이었다. 포장지를 벗기자, 냉동실 특유의 희미한 비린내가 진한 코코아 향과 섞여 올라왔다. 손가락으로 초콜릿을 문지르니 표면에 하얗게 서린 '팻 블룸(fat bloom)'이 느껴졌다. 지방 성분이 분리되어 굳어버린 흔적. 처음의 윤기와 매끄러움은 사라지고 앙금만 남은 모양이었지만, 버려지지 않은 진심은 남아 있었다.

나는 미련하게도 그 초콜릿을 버리지 못했다. 입안에 넣자마자 그 진한 맛이 터져 나왔다. 달았지만, 동시에 3년의 시간이 응축된 쓰디쓴 기억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녀의 선물은 가볍지 않았는데, 정작 우리의 관계는 가볍기를 강요받았다.
우리는 오직 몸의 대화를 위해 만났다. 어색한 대화, 이름만 겨우 아는 사이, 그리고 침대로 직행하는 솔직함.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하루에 대여섯 번이나 섹스할 정도였다. 육체의 대화는 쉬지 않았고, 다음 날이 되면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격렬함 속에서, 우리는 가장 깊은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려 관계는 무너졌다. 헤어진 지 벌써 1년 4개월.
나는 초콜릿의 잔해를 삼키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다시 연락하는 것은 지난 1년이 넘는 시간을 부정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 3년 된 초콜릿 조각이 오늘 밤 나의 균열을 다시 열어버렸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11자리의 숫자를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며 입력했다. 손끝이 떨렸다.
나는 가장 솔직하면서도 가장 비겁한 문장으로 겨우 메시지를 띄웠다.

"냉동실에서 3년 된 발렌타인 초콜릿을 발견했어. 같이 먹으려고 남겨뒀던 건데. 잘 지내?"

전송 버튼을 누르자, 온 세상의 소리가 멈춘 것 같았다. 화면에 나타난 '1'이라는 숫자.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답장이 올 때까지의 침묵은 1년 4개월의 공백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나는 숨을 멈추고 화면만 응시했다.
5분이 흐르자, 띠링. 예상보다 답장은 빨랐다.

[그녀]: "진짜? 그거. 맞아. 네가 내 옆에 있을 때 먹으려고 남겨뒀던 거잖아. 나는 그럭저럭 살고 있어. 넌?"

나의 손이 떨렸다. '그럭저럭 살고 있어.' 완벽히 행복하지는 않다는 고백이면서도, 나약해지진 않겠다는 미묘한 방어처럼 들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 없이 완전히 괜찮지는 않다'는 희망 섞인 불완전함을 전달했다.

"솔직하게 말해줘. 우리 그때 왜 그렇게 쉽게 끝내야 했을까? 너는 지금도 우리가 너무 '무겁다'고 생각해? 1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겠어."

길고 차가운 침묵 끝에, 마침내 그녀에게서 단 하나의 진실이 도착했다.

[그녀]: "나도 몰라. 너무 사랑해서, 감당이 안 돼서 도망쳤는지도 모르겠어."

그녀의 눈물 젖은 진실에, 나는 모든 이성을 잃었다. 1년 4개월간의 모든 정리와 노력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금 당장 너를 봐야겠어. 네가 도망쳤다는 곳, 거기로 내가 갈게. 나는 네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

5분 뒤, [그녀]: "응."

그녀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격렬한 포옹, 입술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터져 나오는 눈물. 침대 위에서, 우리의 육체는 1년 4개월의 공백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이번에는 섹스가 사랑의 핑계가 아니라,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너무 깊은 사랑에 대한 절규 그 자체였다.
새벽 3시. 땀과 눈물로 얼룩진 시트 위에서, 그녀는 쉬어버린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네가 '너무 사랑해서 도망쳤다'고 했을 때, 나는 깨달았어.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너무 무겁게 사랑하고 있어. 네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그리고 내가 너에게서 받고 싶어 하는 무게만큼."

우리는 그 무게 때문에 서로를 놓아야만 했다. 방금 전의 격렬한 몸의 대화는, 결국 서로에게 '우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마지막 절규였을 뿐, 현실적인 해답은 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니었나 봐."

그녀가 속삭였다.

"서로를 견딜 수 있는 힘이었나 봐."

아침 해가 창문을 비출 무렵,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3년 된 초콜릿 포장지는 쓰레기통에 있었고, 이제는 정말 그녀를 내 삶에서 지워야 할 시간이었다.

"잘 지내."

내가 나직이 말했다.
그녀는 시트에 기대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슬프게 웃었다.
결국, 우리는 가장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했지만, 가장 무거운 사랑 때문에 가장 슬프게 헤어졌다.
K1NG
섹치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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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하고싶은늑대4869 2025-10-30 05:59:58
그렇죠. 전여친이나 전남친을 생각할수록 가끔은 그립고 보고 싶다는 욕구가 차올라 통화하거나 문자를 해서 결국 이도저도 못한 신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섹스는맛있어 2025-10-30 05:19:15
크흡 ㅠㅠ 이래서 전여친 전남친에겐 연락하는거 아닙니다 ㅠㅠㅠㅠㅠ
월명동오리삼촌왕족발 2025-10-30 01:16:33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 ...
Chanak 2025-10-30 01:12:17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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