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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64
포옹 조회수 : 3366 좋아요 : 9 클리핑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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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쪽지는 '인연의 시작'이 아닌
잠시 스쳐가는 '마음의 흔적'에 가까웠다.


내가 기억하는 그의 첫 게시글은 검푸른 바다 사진 한 장과 짧은 문장 몇 줄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머문 이유는 단순히 무거운 글이 아닌, 아마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감지할 수 있는 미묘한 시그널이 있었다.

망설임 끝에 짧은 글과 추천곡 하나를 덧붙여 보낸 쪽지. 내용은 희미해졌지만 추천곡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최백호의 <바다 끝>

이후 일정한 간격이나 약속된 리듬 없이 오고 갔던 쪽지에는 듣는 음악, 사진 속 여행지, 다녀온 전시, 읽고 있는 책 이야기 등. 내용은 단정하고 조심스러웠지만 온기가 있고, 쉽게 소모되지 않을 진심이 전해졌다.

성향 대신 취향으로, 욕망의 노출 대신 서로의 결로 이어진 대화. 대중적이라 하기엔 애매하고 마니아라 부르기엔 선명하지 않은 나의 문화적 기호가 누군가에게 정확히 읽혔을 때의 즐거움, 오랜만이었다.


돌아보면 가장 희한한 점은 꽤 오랜 시간 쪽지를 주고받았음에도 29금은 커녕 19금조차 말하지 않았다는 것. 가장 은밀할 수 있는 소통 방식이었지만 서로 무엇 하나 알지 않아도 ‘어떤 무늬를 가진 사람인가?’만으로 좋았다.
그저 각자의 박자에 맞춰 소소한 위안과 응원을 건네는 일.
그것만으로 충분했고 더 알지 않아도 괜찮았다.

지난여름, 마지막 쪽지를 남긴 채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만약 여전히 쪽지를 주고받고 있었다면...
김동률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했는지, 공연의 잔향은 어땠는지, 호기롭게 발권했다가 취소한 파리행 티켓의 속 사정, 가을 동안 이어진 손열음의 연주회와 최근 다녀온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을까?

레홀을 드나든 이유가 성적 호기심과 욕망의 해소였음을 부정할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원했던 소통은 현실의 '나'는 커튼 뒤에 남겨둔 채 ‘포옹’이라는 닉네임만으로 이어가는 대화였다. 가깝지 않지만 유지되는 온기, 생각해 보면 꽤 아이러니한 욕망이 아닐까...

이곳에 로그인할 때 가끔씩 새 창으로 뜨는 쪽지 알림은 여전히 반갑다. 간혹 당혹스러운 메시지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을 설명하려는 문장과 서사가 담긴 내용이었다.
다만 보낸 이의 의도를 짧은 글로 이해하긴 어려웠기에 화답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한켠에 남은 채... '침묵'이 가장 분명한 의사 표현이라 믿으며 보내지 않은 답장들에 대해서는, 이 글을 빌려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고 싶다.

인연이 되지 않았지만 나를 향한 관심과 호감은 고마움으로.
어쩌면 깊게 얽히지 않았기에 가볍게 닿을 수 있었고 붙잡지 않았기에 무리 없이 흘러가는, 인연이라 부르기엔 부족하고 지나간 일이라 하기엔 성심의 표현들... 그렇게 스친 마음의 흔적을 온기로 느끼며 그들과 나의 무탈함을 바란다.


올 겨울은
인연이 되지 못한 쪽지들처럼
짧지만, 충분히 따뜻하기를.
포옹
본능을 알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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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_c 2026-01-01 23:28:39
여러번 읽고 또 읽게되는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포옹/ 이전부터 쓰고 싶다...했는데 이제야 올리네요. 새해에도 행복하세요!
딸기맛 2026-01-01 23:16:05
포옹님 글이 꼭 밤바다를 걷는느낌이네요 :)
꼬옥 안아드리고싶어요 새해복많이받으세요 ♡
포옹/ 밤바다란 표현, 과찬입니다 ㅎㅎ 온기 감사해요! 해피 뉴이어!!
쉬마꾸 2026-01-01 23:15:53
멋진 글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포옹/ 멋진 댓글입니다 새해 복 가득! 받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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