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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외로움은 무엇으로 해장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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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가 살짝 넘은 시간, 외출하기엔 애매하지만 집에 있기는 싫었다.익숙한 내 방이 갑자기 숨 막힐 듯 어색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웃긴 건, 그 와중에도 살겠다고 내복까지 챙겨 입고 충전기에 책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날카로운 바람이 뺨을 때린다. 광대와 입술의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혼자가 싫어 나왔으니 누구라도 불러볼까 싶어 연락처를 뒤적였지만, 부를 이성은커녕 연락할 사람조차 마땅치 않다는 '오래된 사실'만 새삼스레 확인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멀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할 일 없음'과 '갈 곳 없음'은 공포가 된다. 무작정 나오면 뭐라도 될 줄 알았던 자신감은 추위와 함께 증발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 근처 모텔 앞이다. 멀쩡한 내 집 두고 엎어지면 코 닿을 모텔이라니. 술이라도 취했으면 핑계라도 좋았을 텐데, 맨정신에 이러고 있는 내가 한심해 다시 발길을 돌렸다. 먹자골목의 사람들은 이 추운 날에도 이빨이 쏟아질 듯 웃어댄다. 괜히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아 자격지심이 든다. 빈손은 싫어 편의점에서 보리 음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따뜻한 방. 외투를 벗어 던지고 음료를 목마른 바이킹처럼 들이켰다. 갈 곳도 없으면서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혼자가 좋다더니, 꼴에 사람이라고 외로움이 사무쳤나 보다. 외로움도 오래 묵히면 알코올처럼 발효가 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외로움에 취해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할 리가 없지. 숙취에는 해장국이라는데, 외로움에 거하게 취한 다음 날엔 뭘 먹어야 속이 풀리려나. 어디 '외로움 해장국' 잘하는 집 있으면 추천 좀 부탁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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