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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친구의 사랑이 끝났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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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흔히 말하는 ‘얼빠’다.
누군가는 속물이라 말하지만, 그녀는 미남이 아니면 사랑할 수 없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엄마의 뱃속에서 세포분열하던 그 순간부터 본능처럼 박힌 ‘절대적 미적 기준’은 낮출 수도, 수정할 수도 없는 운명 같은 것이라며 웃는다. 나는 그녀의 취향을 존중한다. 애매한 무형의 기준보단 차라리 명확한 유형의 기준이 덜 까다롭기도 하니까. 그 둘은 참으로 시끄럽게도 연애를 이어왔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의 관계가 부러웠던 적이 없다. 오죽하면 베프들이 “그냥 헤어져. 제발.”이라며 거의 탄원서를 쓰다시피 했을 정도였다. 그녀의 연인은 5살 연하. 피지컬 좋고, 비주얼도 뛰어난-솔직히 말해 어디 가서 쉽게 보기 힘든 완성형이었다. 그런 그녀의 지난한 5년의 사랑이 드디어 끝이 났다. 지난 토요일, 베프들이 우리 집에 급습했다. 반갑지 않은 내 표정을 본 그녀가 담담하게 이별을 말한다. 나는 굳이 묻지 않았다. 친구: “안 궁금해?” 나: “뭐가?” 친구: “헤어진 이유.” 나: “헤어질 만하니 헤어졌겠지.” 친구: “T발놈.(눈흘김)” 그리고, 그녀의 하소연이 시작됐다. “난 00이가 정말 좋았어. 그래서 다 맞춰주고 싶었거든. 그런데,어느 순간 현타가 오더라.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고 ... '아, 이 남자랑 결혼은 못하겠구나.' 그 순간 끝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 나는 말했다. “00이에 대한 너의 사랑이 고갈됐을 뿐이야. 이제 줄 수 있는 게 없어진 거지. 우린 사랑을 무한한 감정이라고 착각해. 유한한 사랑은 노력과 희생을 들여야만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는데, 우린 종종 그 사실을 망각하거든. 익숙함은 모든 걸 무디게 만들고, 결국, 열정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아. 사랑은 한쪽의 일방적 희생으론 오래 서 있을 수 없어.” 어쩌면 그 말들은 내 자신을 향한 독백이기도 했다. 결혼은 탐험과도 같다. 처음 떠날 때의 미지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포부. 탐험을 이어가다 보면 평야를 지나 늪을 만나고, 동굴을 지나 바다의 풍랑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함께 걷는다’는 말의 무게를 배운다. 사람들은 사랑을 낭만적 모험이라 말하지만, 나는 ‘탐험’이라는 단어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지도도, 메뉴얼도 없다. 발을 내디뎌 보고, 맞는 길인지 서로의 표정을 살피고, 어느 날은 말없이 멈춰 서서 한숨을 쉬기도 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결국 버티는 힘과 지켜보는 힘의 조합이라는 것을. 처음엔 서로에게 뜨겁게 달려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를 향한 속도보다 각자가 짊어진 삶의 속도가 더 빨라져 자연스레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녀의 사랑이 끝난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조용히 마모된 시간, 조금씩 식어간 온도, 그리고 “이러다간 내가 사라지겠다”는 작은 경고음. 그건 누구도 대신 들어줄 수 없는, 가장 개인적인 결심. 사랑이 끝나는 이유는 수만 가지지만, 사랑을 붙잡는 이유는 단 하나면 된다. ‘아직 이 사람과 함께 걷고 싶다.’ 그 마음이 사라지는 순간 탐험도 끝난다. 목적지에 도달해서가 아니라, 더는 함께 갈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녀의 지난 5년은 헛되지 않았다. 맞춰주며 기뻤던 순간, 맞춰주다 상처받았던 순간, 스스로에게 놀랐던 순간들까지 모두 그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베프들은 늘 말했다. “그냥 헤어져. 제발.”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버텼다. 자기 기준대로, 자기 속도로, 자기 방식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 이별은 탐험의 실패가 아니다. 지도 밖의 세계를 온전히 걸어본 사람에게만 남는, 하나의 무늬 같은 것이다. 이제 그녀는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넌 사랑을 잘하는 사람이야. 외모로 사람을 고르든, 마음으로 고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잃지 않았다는 거야.” 그리고, 언젠가 그녀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사랑, 둘이서 균형 있게 걸어갈 수 있는 사랑이기를. 탐험은 계속된다. 사랑도, 삶도, 우리는 늘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말을 내가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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