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내 글
내 덧글
-
섹스다이어리 -
NEW
레홀마켓 -
아이템샵
토크
자유게시판 | 그런 사람
22
|
||||||||
|
||||||||
|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마음이 어수선해진 어느 날, 이유를 묻지 않고 내가 조심스레 흘리는 말들을 고요하게 들어줄 수 있는 사람. 말 사이의 공기가 조금 흐트러져도, 내 목소리가 흔들려도 그걸 고치려 들지 않고 그저 “응, 계속 말해도 돼”라고 잔잔한 온도로 건네는 사람. 그래서 결국, 차 한 잔으로 마음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굳이 좋은 말을 찾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침묵을 깨지 않아도 되는 사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온도가 부드럽게 정돈되는 그런 사람. 내 마음의 속도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내가 잠시 멈추면 함께 멈춰줄 수 있는 사람.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 침묵을 하나의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 내가 가진 취향과 결을 까다로움으로 보지 않고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조용히 이해해주는 사람. 향의 농도, 말의 온도, 공간의 분위기 같은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는 사람. 시간을 핑계로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 오히려 시간을 통해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사람. 감정의 파동이 요란하지 않으며 말을 아끼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정확한 온도의 언어를 건네는 사람. 그리고,가끔은 빙구 같은 웃음 하나로 내 마음의 긴장을 스르르 풀어주는 사람. 너무 진지하기만 하지 않고, 지나치게 계산적이지도 않은 사람.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하루를 부드럽게 바꾸어주는 사람. 무엇보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 내 마음이 숨을 쉬고, 나의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옆에서 조용히 머물러주는 사람. 우리의 하루가 안온함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그런 사람.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나의 영원한 편인 사람. 나는 사실 당신에게 이런 사람이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 또한 이런 사람이길 바랐다. 서로의 속도를 재촉하지 않으면서, 말과 침묵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작은 온기가 하루의 끝을 지탱해주는 그런 관계. 부담 없이 곁을 내어주고, 억지 없이 마음을 기댈 수 있으며, 하루가 조금 힘들어도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서로에게서 비롯되는 그런 사람.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마음이 굳어지지 않고, 조용한 온도와 깊은 숨으로 서로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사람과 머물고 싶었다. 당신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서로가 그런 존재이길 바랐다. 이것이 나를 사랑하던, 그리고 너를 사랑하던,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던 우리의 미래일 줄 알았더랬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