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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만난 그녀 다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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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조회수 : 6648 좋아요 : 1 클리핑 : 2
처음 그녀를 보았던 날의 그 가슴 떨림이었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눈이 감겼고 입꼬리가 올라가기까지 했다.


돼-지- - 하!.....


붉으락푸르락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추억에 젖어드는 내가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


그녀 - 재밌니?

돼-지- - 아니, 그냥 좀 웃겨서.

그녀 - 뭐가 웃긴데?

돼-지- - 그냥.

그녀 - 나도 웃겨. 내가 지금 여기에 와서 너한테 별 것도 아닌 일로 따지고 드는게.

돼-지- - 아니, 그런거 아니고.

그녀 - 그럼 뭐가?

돼-지- - 하...


나는 대답은 하지 않고 한숨 섞인 웃음소리를 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시선을 카페 여기저기로 돌리며 자기의 양쪽 뺨을 손등으로 매만졌다.

그녀도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화와 슬픔이 가시기 시작했다.

장난끼 섞인 눈빛으로 나를 흘겼다.


돼-지- - 너도 생각났니?

그녀 - 그래!


그녀도 살짝 웃었다.


그녀 - 진짜 화를 못내겠다 너한테는.

돼-지- - 나도 그렇네.

그녀 - 진짜 얄밉다 너...

돼-지- - 그래?

그녀 - 그래!


서로 멋쩍게 웃었다.


돼-지- - 아직도 담배 피니?

그녀 - 응.

돼-지- - 나가자. 


그녀와 나는 카페를 나왔다.


돼-지- - 차 가까이에 있어?

그녀 - 응 저기.


그녀는 자동차 리모콘을 꺼내어 눌렀다. 


길건너 견인지역에 세워져있는 아우디의 라이트가 번쩍 거렸다.


돼-지- - 차 좋네.

그녀 - 네 덕이라니까.


콧방귀가 나왔다.


돼-지- - 좀 타자.

그녀 - 타.


그녀의 차 조수석에 앉았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아우디는 참 좋았다.


돼-지- - 재떨이 있니?

그녀 - 그냥 펴.


그녀가 내 쪽 창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그녀 - 담배 바뀌었네?

돼-지- - 그건 이제 안나와.

그녀 - 그렇구나.


그녀도 가방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10년전과 같은 담배였다. 그리고 10년전 내 지퍼 라이터였다.













그녀 - 알았어. 하나만 묻자.

돼-지- - 말해.

그녀 - 너랑 헤어지면 아프고 슬플 내 마음 보상해줄 수 있어?

돼-지- - 아니.

그녀 - 그래.


그녀의 질문은 ' 나중에라도 너의 생각이 바뀔 수는 없겠어? 그럼 다시 올 수 있어?' 라는 의미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


그녀 - 나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싫어. 나가고 싶다. 그런데 나가려고 일어서서 옷을 입는 시간. 엄청 어색하겠지? 
        이별 통보 받고 옷입고 나갈 생각하니까 여자로서 너무 자존심 상한다.

돼-지- - 내가 나갈게.

그녀 - 그래. 네가 나가.


그녀는 하얀 이불속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조용조용 옷을 챙겨입고 모텔 방을 정리했다. 그녀가 이불밖으로 나왔을 때 나와 함께 있었던 흔적들을 보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녀 - 뭐해?

돼-지- - 치우고 있어.

그녀 - 옷 다 입었으면 빨리가.

돼-지- - 치우고 갈게.

그녀 - 그냥 빨리가!


울먹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같아서는 이불로 싸매진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그녀가
행복할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마저 정리를 했다.

불을 끄고 신발을 신을 때 이불이 부스럭댔다.


' 나를 보고 있는거구나...'


돌아볼가 싶었지만 그대로 문고리를 잡았다.


그녀 - 인사는 하고가.


울고 있었다.


돼-지- - 갈게.


' 잘 지내.' 라는 말은 필요없었다. 당분간은 잘 지내지 못할테니까.
 
나는 방을 나와 모텔 복도에 섰다.
 
소리내지 않고 한숨을 쉬었다.
 


‘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후회가 됐다.
 
 


 

 
 
 
 
 
 
 
돼-지- - 어머니 오세요! 지금부터 국내산 양념돼지갈비가 세근반에 만원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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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시가 넘었다. 마트 전단상품으로 깔아놓은 돼지갈비가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다.
 
 
팀장 – 아 씨발. 재고 좆나 남았는데. 좆됐다.
 
돼-지- - 내일 더 많이 팔면 되죠.
 
팀장 – 지랄한다이씨. 그럼 새끼야 네가 다 팔어봐.
 
돼-지- - 헤헤. 제가 다 팔게요. 걱정마세요. 저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
 
팀장 – 이새끼가. 야, 이거 다 팔고가. 조금 있으면 마감인데 어딜가?
 
돼-지- - 잠깐만요.
 
 
팀장에게 까불거리며 경례를 붙이고 직원 휴게실로 도망쳤다.
 
담배를 피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돼-지- - 어디야?
 
그녀 – 집에 가는 길이야.
 
돼-지- - 버스는 아니지? 음악 소리가 들리네?
 
그녀 – 응. 차 안이야.
 
돼-지- - 누구?
 
그녀 – 과 선배.
 
돼-지- - 그래. 도착하면 전화해.
 
그녀 – 알았어.
 
 
 
매장으로 돌아와 뒷정리를 하고 12시가 되어서야
 
‘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하는 노래와 함께 매장을 빠져 나왔다.
 
 
한시간이 넘도록 그녀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내가 받지 못한게 아닌가 싶어 휴대폰을 열어보았지만 부재중 전화도 메시지도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돼-지- - 집에 들어갔어?
 
그녀 – 응 지금 막 들어왔어.
 
돼-지- - 차타고 가는데 학교에서 집까지 한시간이나 걸려?
 
그녀 – 응~ 그게 아니라 20분?? 정도밖에 안걸렸는데 오빠랑 차에서 얘기하느라.
 
돼-지- - 오빠? 그 과 선배?
 
그녀 – 응.
 
돼-지- -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해?
 
그녀 – 그냥 이것저것.
 
돼-지- - 이것저것 뭐?
 
그녀 – 그~냥~ 이것저~것이요~~
 
돼-지- - 친구들이랑 술 마신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 – 아~ 애들이랑 먹었는데 그 앞에서 만났어.
 
 
과 오빠라는 자식이 그녀에게 작업을 건 것은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심술이 났다.
 
돼-지- - 차타고 집에 가니까 편하지?
 
그녀 – 응 편하더라. 버스보다 1/3밖에 안걸리는 것 같애.
 
돼-지- - 그럼 맨날 태워다 달라 그래
그녀 – 됐네요~
 
돼-지- - 왜? 그 사람이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나는 것 같던데.
 
그녀 – 무슨 두세번이야? 학교에서 맨날 봐. 히히히.
 
돼-지- - 좋아? 맨날 보니까?
 
그녀 – 아 좋긴 뭐가 좋아. 그냥 농담하다가 웃은거지.
 
 
요즘 들어 그 과 선배라는 자식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그녀가 미웠다.
심술이 더 커졌다.
 
 
돼-지- - 아닌거 같은데?
 
그녀 – 너 지금 내가 그 오빠 차 탔다고 삐진거야?
 
돼-지- - 내가 왜 삐져?
 
그녀 – 근데 왜 자꾸 삐딱선 타?
 
돼-지- - 누가?
 
그녀 – 누구긴 누구야 너지!
 
돼-지- - 내가 언제?
 
그녀 – 엄마?
 
돼-지- - 내가 왜 엄마야.
 
그녀 – 아빠? 여보? 키키킥
 
 
평소 같았으면 웃어줬을 그녀의 농담이 유치하게 느껴졌다.
 
 
 
돼-지- - 나 지금 집에 들어갈거야.
 
그녀 – 자기야.
 
돼-지- - 왜.
 
그녀 – 오늘 우리 집에 엄마 아빠 없어.
 
돼-지- - 문단속 잘해.
 
 
평소 같았으면 ‘오~예~’ 하고 달려갔겠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 – 아아아~~ 아아아~ 와요~ 씻고 기다릴게요. 히힛.
 
 
그녀가 애교를 부렸다.
 
돼-지- - 오늘 자전거 없어.
 
그녀 – 어? 자전거 어쨌어?
 
 
자전거는 전날 밤 퇴근길에 보도블럭 공사장을 지나다 미쳐 발견하지 못한
구덩이에 쳐박혀 나와 함께 앞으로 꼬꾸라지고는 세바퀴를 구른 뒤 고철이 되었다.
그녀가 걱정을 할 것 같아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돼-지- - 버렸어.
 
그녀 – 왜?
 
돼-지- - 사고났어.
 
그녀 – 어? 왜? 어디서?
 
돼-지- - 아 있어 그런게.
 
 
한번도 이런식의 대답은 해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짜증을 부렸다.
 
 
그녀 – 근데 왜 말 안했어?
 
내 짜증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돼-지- - 뭐하러 그런걸 얘기해. 아무튼 나 집으로 가.
 
그녀 – 아아아아아이~ 그럼 택시 타고 와.
 
돼-지- - 택시비 없어.
 
그녀 – 음… 그럼 택시비 빌려서 와. 응?
 
짜증이 밀려왔다.
 
돼-지- - 야!
 
 
처음으로 그녀에게 ‘야’소리를 했다. ‘아차’ 싶었지만 화가 난 내 감정이 우선이었다.
 
그녀 – 네?
 
그녀는 역시나 대수롭지않게 받아들인 듯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돼-지- - 됐어. 집에 갈거야.
 
그녀 – 그럼 내가 택시비 줄게 그냥 타고 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돼-지- - 네가 날 키우냐? 내가 거지야?!!
 
 
불같이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돼-지- - 아오!!!!!!!!!
 
혼자 씩씩거리다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돼-지- - 씨발… 아오 씨발… 개새끼… 좆만한 새끼…
 
화는 내가 내놓고 그 탓을 과 선배라는 놈의 탓으로 돌렸다.
한참동안 혼잣말로 욕을 했다. 그리고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열등감이 내 머리를 채웠다.
 
버스를 타고 다닐 돈도 없는 놈보다야 차 있는 놈이 낫겠지.
여자친구에게 택시비 준다는 소리를 듣는 나라는 새끼. 참 한심하다.
그 새끼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겠지?
하기사 나 같은 놈 만나다 잘생기고 돈 많은 놈이 좋다고 추근덕거리면 마다할 이유야 없지.
 
라는 생각들 때문에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내가 이대로 가버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 딸깍.’
 
 
그녀가 있는 방안에서 지퍼 라이터 여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 아… 라이터를 안갖고 왔네…’

 
그리고 부싯돌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터 소리가 밖으로 들릴 정도면
내 발걸음 소리도 분명 방안에 들릴거라 생각했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복도 끝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돼-지- - 그 라이터 오랜만이다.
 
그녀는 라이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뒤집고 만지며
 
그녀 – 돌려줄가?
 
돼-지- - 아니. 괜찮아.
 
그녀 – 너는?
 
돼-지- - 나는 뭐?
 
그녀 – 너는 나한테 뭐 돌려주고 싶은거 없어?
돼-지-
플라토닉은 멋이고 정욕은 맛이래. 난 멋도 없고 맛도 없고 뭣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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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클럽예시카 2015-05-19 03:34:52
슬프닷‥ㅠ
빙시좃도업는것들이자존심챙기다존여자놓치고
이런글은도대체왜쓰는거야ㅠ

예전 그 마트 남자요~^^
돼-지-/ 그거 전데요...
커플클럽예시카/ 슬프다고요~^^
레드홀릭스 2015-05-18 09:37:13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드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돼-지-/ 고맙습니다.
양꼬치엔칭따오 2015-05-17 21:28:15
음..이글이제일좋네용ㅎㅎ
돼-지-/ 세상에서요?
양꼬치엔칭따오/ 우주에서요ㅋ
돼-지-/ 거짓말 좀 하지마세요.
양꼬치엔칭따오/ 들켰네요;;;"하하하
돼-지-/ 진짜 못됐다...
shera 2015-05-17 15:07:06
좋아요!!!
돼-지-/ 고맙습니다.
하필거기가 2015-05-17 12:06:08
뭘돌려줄까 궁금ㅎ
돼-지-/ 목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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