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가벼운 관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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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마음을 품고 그에게 연락을 했다. "내일 몇시에 만날까?" 한참 뒤에 그가 연락이 왔다. "아.. 미안. 나 부모님때문에 어려울 거 같아." . . . 짧고 간단했다. 그 단순한 문장은 내가 굳이 그를 고마워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그의 연락을 몇일 전부터 기다렸지만, 그는 내가 묻기전까지 어떠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었고, 그러한 행동들은 그의 대답이 거짓임을 증명해주었다. 나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던 '가벼운 관계이면서 무거운 존재'가... 그에게는 불가능했던 것 같다. 뭔가.. 0.1초만에 그 사람에 대한 온정이 불에타버려 회색빛 재로 변해 내 눈앞으로 흩날렸다. 나는 참 여전히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 싶다가도.. 그가 괘씸했다가도.. 원래 그런 사람인거 알고있지 않았냐며.. 스스로를 설득해갔다. 내가 괜한 믿음을 가졌다며, 내가 괜히 사람을 믿었다며.. 어리석은 내 자신을 질책했다. 그는 날 온라인으로 만났다. 그는 '가벼운 관계'를 요구했다. 그는 이전의 만남들도 가벼웠다. 그는 '관계'라는 것에 노력하기를 꺼려한다. 그는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다. 그는 두려움도 많다. 이 정도 사실만 가지더라도 당연한 것을.. 이 정도 사실만 가지더라도 아직은 그는 자신을 내주기를 꺼려한다는 것을 나는 머릿 속으론 알았는데.. 바보였다. 나는 될 거 같다는 그 아둔한 믿음이 그런 그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그 한 통의 연락은 그와의 관계는 어차피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이란 답안지였다. 난 그런 것까지 감당해줄 수 있는 여자는 못된다. 가벼운 관계를 바라는 그에게 나는 이정도 했으면 됐다고 본다. 안되는 조건값을 계속 이어보겠다던 과거의 노력이 잘못이지, 나는 그 조건 사이에서 할만큼 했다고 본다. 나는 가볍든 무겁든 관계 이전에, 사람으로써의 '예의'가 중요했고, 그는 지켜주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과,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이 아마 달랐던 것이지. 단지 그를 위해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여자가 그의 집 100m내에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나는 가벼움을 원하는 그에게 내 무거움을 내어주고 싶지 않는다. 그를 잃는 것이 아깝기보다는, 다만 그의 연락 한통에 예약했던 모텔 취소 수수료가 난 더 아까웠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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