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만난 그녀1  
0
유희왕 조회수 : 3930 좋아요 : 3 클리핑 : 3

미술관에서 퇴근하고 터벅터벅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곳은 버스를 기다리는 한 두명의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맞은 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아니 한 여성의 발걸음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멀리서 봐도 꽤 괜찮은 라인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견우야~~~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봐~~~! 그렇게 걷던 여성은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초행인 것이 분명한 게 이곳의 신호등은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체계여서 마음처럼 그린라이트가 자동으로 켜지지 않는다. 그렇게 5분 정도가 흘렀을까? 보는 내 마음도 무척 안타까웠다.

내가 눌러줄까! 아니야~알아서 하겠지...! 근데, 한참을 지나도 모르는 눈치였고, 안 되겠다 싶어 잰걸음으로 걸어가 내쪽 신호등 버튼을 눌러주고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눈을 감고 안도하며 뿌듯해 하던 바로 그 때!

왼 팔에 휘리릭! 바람이 살짝 닿고 흐터지는 게 느껴져 옆을 보니 그녀가 내 옆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헉~헉! 뛰어온 모양이었다.

몸을 살짝 뒤로 빼고 있는 내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신호등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예쁘면서 귀여운 얼굴에 긴~~생머리라니. 뜨헉! 거기다 꽤 큰 가...슴...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아니요. 괜찮습니다. 여기 처음이시죠?"

"네, 오빠 아니었음 계속 서있을 뻔 했어요. 고마워요."

응? 오빠? 날 언제 봤다고 오빠라고 하지? 어려 보이긴 하네...

"몇 살이신데 저보고 오빠라고..."

"앗! 혹시 기분 나쁘셨어요? 제가 스물 셋인데, 오빠는 대략 스물 일곱에서 여덟 살 정도로 보였거든요!"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네. ㅎㅎ 귀엽기까지!

"흠...흠! 기분 나쁘지 않아요. ^^ 근데, 헤이리에는 무슨 일로 왔어요?"

연한 베이지색 블라우스 안의 검은 속옷이 비치며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아는 언니랑 아트딜러를 하고 있는데, 헤이리 카페에서 컬렉터 만나고 가는 길이에요."

아트딜러? 아~~어쩐지 예쁘더라니...

아트딜러의 애환이랄지 아주 조금만 공개하면 수 천에서 수 억원 하는 그림 한 점 팔면 어지간한 직장인 일 년 치 수입이라고. 헌데, 그런 거액의 그림을 사주면서 어떤 모종의 거래 없이 사겠는가? 갤러리 소속이면 그래도 덜 하지만 프리랜서 개념의 딜러라면 일종의 몸로비는 필수불가결하다 하겠다. 현실과 이상의 접점 어딘가에서 타협을 해야하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은 진리에 가까우니 이건 선악을 떠나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왠지 지치고 씁쓸해 보였던 것도...

"다음 행선지는 어디세요?"

뭐라도 물어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녀가 궁금해졌다.

"금촌역이요. 집은 합정이에요."

응? 혼자 사는 건가?

"아~~진짜요? 저도 마침 금촌역으로 가려던 길이었어요. 홍대 가려던 참이어서...!"

금촌역 가기 몇 정거장 전이 집이고, 홍대 갈 일은 더. 더. 더. 없었지만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홍대는 무슨 일로 가세요?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구나! ㅎㅎ"

내게 여자친구란 단어는 평소 걸그룹 여자친구 검색할 때만 존재한다.

"아니요. 여자친구 없어요."

손사래를 쳐야 할 것 같았다. 마침 버스가 도착했고, 그녀 뒤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그녀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꼬르르르륵~~~~

아뿔사! 뜨허헛...@@ 민망했다.

그런데, 그녀가 베시시 웃는 모습에 용기가 났다.

"금촌역 내려서 저녁 먹고 갈래요?"

그 순간 버스가 금촌역에 정차했다. 아직 대답은 못 들은 상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유희왕
#삼한제일글 이설 #글쟁이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군두운 2016-08-21 12:44:45
아트딜러..
멋진직업인줄 알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유희왕/ 멋진 직업이에요~
따뜻한햇살 2016-08-20 09:44:58
그녀가 입을 열었는데...
말은 언제 하나요?
유희왕/ 그녀 마음이죠~ㅎㅎ
레드홀릭스 2016-08-19 10:33:04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모란- 2016-08-18 21:47:22
여자가 여운데?
유희왕/ 맥락에 맞는 지적 같네요~
freemind 2016-08-18 21:35:42
2편 기대요~~~^^
유희왕/ 그 날의 여운이...
따뜻한햇살 2016-08-18 21:27:59
썰 인가요?
유희왕/ 썰이죠~
1


Total : 37013 (1/185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레드홀릭스 개편 안내 [1] 섹시고니 2024-06-18 2650
[공지] 카카오 오픈 단톡방 운영을 시작합니다. (22년2월25일 업데이.. [445] 레드홀릭스 2017-11-05 229651
[공지] (공지) 레드홀릭스 이용 가이드라인 (2021.12.20 업데이트).. [373] 섹시고니 2015-01-16 342705
37010 공동구매 마감되었습니다. new 레드홀릭스 2024-12-12 42
37009 장갑하나만 사주세요 [1] new 오일마사지 2024-12-12 133
37008 내 생에 꼴릿했던 순간들 [1] new Kaplan 2024-12-12 228
37007 여자들이 선호하는 남자외모는?? new 젤크보이 2024-12-12 208
37006 항문 자위를 시작했어요 [2] new 그분 2024-12-12 768
37005 내 모든걸 보여줄수있는 분 계셨으면좋겠다.. new 인천서구92 2024-12-11 578
37004 변태. new 바람속에서 2024-12-11 805
37003 오운완 [5] new 지발유 2024-12-11 1521
37002 행운 & 행복 [9] new spell 2024-12-10 1678
37001 운영진에 건의 제시도 여기 자게에서 하면 되나요?.. [1] STwannabe 2024-12-10 676
37000 파트너찾고싶당 Youn12 2024-12-10 838
36999 알고 만났지만... [1] 바람이분다요 2024-12-10 896
36998 hi Seoul [31] 사비나 2024-12-09 2372
36997 밤 11시에 먹는 아이스크림 [2] seattlesbest 2024-12-09 569
36996 1비트 헤는 밤 [7] 체리페티쉬 2024-12-09 697
36995 성욕 때문에 결혼 안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3] 마사지지망생 2024-12-09 917
36994 인생이란 [4] 오일마사지 2024-12-09 627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