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만난 그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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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퇴근하고 터벅터벅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곳은 버스를 기다리는 한 두명의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맞은 편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아니 한 여성의 발걸음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멀리서 봐도 꽤 괜찮은 라인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견우야~~~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봐~~~! 그렇게 걷던 여성은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렸다. 초행인 것이 분명한 게 이곳의 신호등은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체계여서 마음처럼 그린라이트가 자동으로 켜지지 않는다. 그렇게 5분 정도가 흘렀을까? 보는 내 마음도 무척 안타까웠다. 내가 눌러줄까! 아니야~알아서 하겠지...! 근데, 한참을 지나도 모르는 눈치였고, 안 되겠다 싶어 잰걸음으로 걸어가 내쪽 신호등 버튼을 눌러주고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눈을 감고 안도하며 뿌듯해 하던 바로 그 때! 왼 팔에 휘리릭! 바람이 살짝 닿고 흐터지는 게 느껴져 옆을 보니 그녀가 내 옆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헉~헉! 뛰어온 모양이었다. 몸을 살짝 뒤로 빼고 있는 내게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신호등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까이서 보니 예쁘면서 귀여운 얼굴에 긴~~생머리라니. 뜨헉! 거기다 꽤 큰 가...슴...이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아니요. 괜찮습니다. 여기 처음이시죠?" "네, 오빠 아니었음 계속 서있을 뻔 했어요. 고마워요." 응? 오빠? 날 언제 봤다고 오빠라고 하지? 어려 보이긴 하네... "몇 살이신데 저보고 오빠라고..." "앗! 혹시 기분 나쁘셨어요? 제가 스물 셋인데, 오빠는 대략 스물 일곱에서 여덟 살 정도로 보였거든요!"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네. ㅎㅎ 귀엽기까지! "흠...흠! 기분 나쁘지 않아요. ^^ 근데, 헤이리에는 무슨 일로 왔어요?" 연한 베이지색 블라우스 안의 검은 속옷이 비치며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아는 언니랑 아트딜러를 하고 있는데, 헤이리 카페에서 컬렉터 만나고 가는 길이에요." 아트딜러? 아~~어쩐지 예쁘더라니... 아트딜러의 애환이랄지 아주 조금만 공개하면 수 천에서 수 억원 하는 그림 한 점 팔면 어지간한 직장인 일 년 치 수입이라고. 헌데, 그런 거액의 그림을 사주면서 어떤 모종의 거래 없이 사겠는가? 갤러리 소속이면 그래도 덜 하지만 프리랜서 개념의 딜러라면 일종의 몸로비는 필수불가결하다 하겠다. 현실과 이상의 접점 어딘가에서 타협을 해야하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은 진리에 가까우니 이건 선악을 떠나 개인의 선택에 따른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왠지 지치고 씁쓸해 보였던 것도... "다음 행선지는 어디세요?" 뭐라도 물어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녀가 궁금해졌다. "금촌역이요. 집은 합정이에요." 응? 혼자 사는 건가? "아~~진짜요? 저도 마침 금촌역으로 가려던 길이었어요. 홍대 가려던 참이어서...!" 금촌역 가기 몇 정거장 전이 집이고, 홍대 갈 일은 더. 더. 더. 없었지만 그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홍대는 무슨 일로 가세요?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구나! ㅎㅎ" 내게 여자친구란 단어는 평소 걸그룹 여자친구 검색할 때만 존재한다. "아니요. 여자친구 없어요." 손사래를 쳐야 할 것 같았다. 마침 버스가 도착했고, 그녀 뒤를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그녀 옆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꼬르르르륵~~~~ 아뿔사! 뜨허헛...@@ 민망했다. 그런데, 그녀가 베시시 웃는 모습에 용기가 났다. "금촌역 내려서 저녁 먹고 갈래요?" 그 순간 버스가 금촌역에 정차했다. 아직 대답은 못 들은 상태... 그녀가 입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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