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터 13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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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민우, 최 민우”
“네, 여기 있어요.” “다음에 들어가요. 앞에서 대기 해 주세요.” 어제 밤부터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열이 있다. 기침도 하고. 자는 아이를 달래가며 옷을 입히고 집을 나섰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줄 곧 다니던 소아과를 찾아갔다. 연휴 뒤라서 그런지 대기환자가 많다. 회사에 출근을 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아픈 아이를 홀로 두고 집을 나서기가 어려웠다. 2년전 이혼을 했다. 아이엄마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갔고, 난 아무것도 주지 않는 조건으로 그 사람과 이혼을 해주었다. 아이돌보미 아주머니는 평일에만 온다. 주말은 미리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업무가 생기는 바람에 미쳐 말을 하지 못했다. 민우는 열이 있고, 기침도 하고 있지만 병원복도에서 놀고 있다. 난 소파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아저씨 여기 앉아도 돼요?” 민우 또래의 아이가 나에게 물어본다. “응? 그럼, 빈자리야 여기 앉아.” 대답을 했다. 조금 뒤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느다랗고 야위어 보이는 몸매가 한눈에 보이는 타이즈 같은 바지와 미니스커트 그리고 한번 안겨보고 싶은 정도의 가슴 볼륨이 느껴지는 니트를 입고 있었다. “엄마, 아저씨가 여기 앉아도 괜찮데요.” “그래, 우선 앉아 있어. 엄마가 우유 사가지고 올께.” 그녀도 한 아이의 보호자다. 내 눈엔 아이 하나 낳지 않았을 듯 한 예쁘고 단아한 얼굴의 여인이었다. “넌 어디가 아파서 왔니?” “열도 조금 있고 기침을 해서 엄마가 가보자고 해서 왔어요.” “그렇구나, 아저씨 아들도 그래서 왔는데.” “근데 아저씨 아들은 어디 있어요?” “아, 지금 저기 창가에 매달려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이가 아저씨 아들이야.” “저랑 나이가 같을 것 같은데요.” “넌 몇 살이니?” “전 7살이요. 그래서 내년에 학교에 갈 거예요.” “그럼 동갑이네.” “정빈아, 여기 우유 사왔어.” 아이의 엄마가 왔다. 얼굴은 쌍커플 없는 눈에, 립스틱을 바르지 않았지만, 입 맞추고 싶은 입술. 적당히 오똑한 코, 가냘픈 얼굴에 귀걸이 하나 없는 하얀 귀. 내가 혼자 되고나서 자주 다니던 바의 바텐더와 비슷한-내가 혼자 자위할 때 상상하는 여인-얼굴의 여자였다. 망설이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이가 참 똘똘하게 보이네요.” “네? 아, 네...” “저의 아들 녀석과 동갑이라고 하던데요. 내년에 학교 간다고” “네...” “......” 참으로 어색한 나의 말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난 다시금 창가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아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이 곁에 서 있는 그 여자의 향수가 내 코를 자극했다.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전 아내의 향수. 결혼기념일에 사다주었던 그 향수. 그 향수를 뿌리고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러 외출을 했던 거다. 이혼을 말 하며 홧김에 던져 깨져버렸던 그 향수내음이 며칠 동안 집안 곳곳을 아내의 흔적으로 가득 채웠었다. “최 민우,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민우야, 민우야, 얼른 이리로 와. 진료 받아야지.” 민우가 멀리서 뛰어온다. “어, 너 정빈이 아냐? 문 정빈” “어, 민우야 너 여기 왜왔어?” “기침하고 열 때문에, 너도?” “어, 나도 그래서 엄마랑 같이 왔어.” “엄마, 얘가 민우야, 나랑 어린이집에서 제일 친한 친구. 최 민우” “네가 민우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정빈이 많이 챙겨준다며, 고맙다. 민우야” ‘이런, 내 아들과 그 여자의 아들이 친구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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