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터 18 새로운 시작
5
|
|||||||||||
|
|||||||||||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탄다.
그녀의 체온이 아직 남아있을 것 같은 핸드폰을 꺼내어 본다. 그녀의 지문이 묻어 빛에 비추어 보면 보일 것 같았다. 눈을 감고 냄새도 맡아본다. 그녀의 향수내음이 핸드폰에 남아있다. 전 아내에게서 맡을 수 있었던 그 향수. 차에 타면 늘 맡을 수 있었던 그 내음. 샤워를 마치고 젖은 머리를 하고 내가 앉아있는 거실소파에 흰 면티 한 장만 입고서 내 옆에 앉을 때 내 코를 자극하던 그 내음. 침대에서 벗기던 그 팬티에서 맡을 수 있었던 그 내음. 난 한참을 그렇게 핸드폰을 코에 데고서 눈을감고 앉아 있었다. 마트에 도착을 했다. 이러저리 보물찾기 하 듯 마트 이곳 저곳을 누빈다. ‘찾긴 찾았는데 큰걸 사야 하나 작은걸 사야하나.’ 고민을 했다. ‘전화를 해 볼까, 아니면 그냥 큰걸로 무작정 사가지고 갈 까.’ “띠리릭~” “네, 여보세요.” [[ “어, 나야, 지금 여기 마트에 왔는데,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어, 그게...어...” “뭔데, 그리 뜸을 들여.” “아까 영화에서 봤는데, 우리 그거 해보자.” “영화? 뭔 말이야?” “암튼 받아 적어. 생크림 토핑용으로 하나 사오구.” “왠 생크림? 케읶만드니?” “아니, 암튼 사오라면 사와 말 중간에 끊지말고.” “어, 말해봐.” “딸기하고, 꿀 하고, 초콜릿 하고 사와 줄래?” “생전 먹지않던 초콜릿은 뭐고 뜬금없이 꿀은 또 뭐야?” “거 참 말 많네. 사오라면 사와. 내가 있다가 뿅가게 해줄 께.” “뭐? 뭐 가게 해? 통 뭔말인지...암튼 알았고 사갈게.” “와인도 사와.” “어쭈구리...뭔가 수상한데...” “끊어, 나 샤워하고 있다말야.” “야, 샤워는 나랑 해야지. 왜 혼자해?” “암튼 기대해도 좋아요~~끊어 자갸. 있다봐 용~~~” ]] 그 날밤 난 아내의 온몸에 발라져있는 것 들을 핥아 먹었어야 했다. 물론, 내 몸에도 발라져 있는 걸 아내가 핥아 먹었던 추억이 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민우아빠~~” “아, 네...” “뭐 못찾는거 있으세요?” 갑자기 심장이 뛴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나의 심장을 뛰게한다. 여자의 목소리가 날 이렇게 만드는건 이혼 후 처음이다. “아,네. 전데요. 이거 찾긴 찾았는데. 큰걸 사야는지 작은걸 사야는지 몰라서요.” “아, 크기를 안적어 드렸네요. 우선 오늘은 전부 작은걸로만 갖고 오시면 돼요.” “아, 네 작은거요. 알겠습니다. 금방 갈 께요.” ‘금방 갈 께요? 이런 말을 내가 하다니.’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황급히 물건을 사고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삐리릭~” 현관문이 열린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평소 같으면 아들녀석이 퉁명스럽게 열어주고 뒤도 안돌아 보고 들어갔을 현관의 풍경이 오늘은 달랐다. 날 맞아주는 여자가 있다. 내 손에 들려있던 봉지가 그녀의 손으로 건내진다. 주방에서 물을 만졌는지 손이 차갑다. 그리고, 잠깐 내 곁에 다가섰던 그녀의 그 향수 내음이 다시 금 나의 코를 자극한다. “네, 급하게 와야 할 것 같아서요. 적은대로 사오긴 했는데, 모르겠네요.” “빠트리신건 없죠?” “네, 리스트에 있는건 다 샀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좀 앉아서 쉬세요. 음식은 제가 할 께요. 아, 혹시 쌀은 어디 있나요?” “밥 하시게요?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주실래요? 쌀을 찾다가 못 찾았어요.” “제가 밥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네, 근데 밥은 전기밥솥이 하는거 아녜요? 풉~” 그녀가 웃었다. 내게 농담을 던지며 처음으로 웃어줬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