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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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딩동. 아침 7시 벨이 울렸고 급히 출장을 간다며 일주일간 의탁을 부탁했다. 명목상 부탁일 뿐 이건 뭐 뻐꾸기의 탁란과 다를게 없다 이 녀석의 이름은 강추. 종은 말티즈. 비몽사몽 그 녀석을 안았다. 친구와 15년을 함께 살아 왔단다. 그래서 강추는 종일 잠만 잔다. 육신의 힘이 다해가고 있는 중이다. 곁에 오지 않기에 틈을 노리다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불현 듯 잠에서 깨면 물을 조금 마시고 먹이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잔다. 코까지 골며. 나는 여느 때처럼 출근과 퇴근을 했고 이틀짼 마트에 들러 강추가 먹을 만한 식재료를 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요리를 했다. 춥지 않게 보일러 온도를 높여 놓고 음식이 묻은 손으로 그 녀석의 코를 간지럽히며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음식 냄새에 동했는지 곁을 주기 시작했고 내 손에 음식을 담아 강추 입에 넣어줬다. 자기 집에서만 자던 녀석이 어느덧 내 발 끝에 자리를 잡고 잠들기 시작했다. 삼일 째. 술을 마셨으나 강추가 아른거려 1차에 파하고 서둘러 들어가 베이컨을 구웠다. 이제는 내 무릎에도 올라오고 내가 걸으면 졸졸 따라오기도 했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껑충 뛰어 내 곁으로 다가와 나를 감격하게 했다. 혹시 이것은 회광반조인가.. 백내장이 번진 눈동자를 오랜 시간 바라봤다. 소리 없는 조응일까. 이것은. 왜 이리 애틋할까.. 그 날, 강추는 처음으로 내 얼굴 맡에서 잠을 청했다. 고른 숨소리가 뭉클했고 안도하게 했다. 나머지 날들은 비슷했다. 강추의 눈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고 머리를 쓰다듬었고 숨바꼭질 놀이도 했다. 내 곁에서 잠이 들었고 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잠을 청했다. 돌아 온 친구에게 일련의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자 믿기 어려워했고, 내게 질투의 투정을 털어 놓기도 했다. 15년을 살았던 친구는 많이 놀라워했다. 강추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나.. 우리는 조응을 했다. 우리는 온기를 주고받은 것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온전히 느꼈고 꺼지지 않길 바라며 내 바람을 눈길에 담았다. 동거 후 자꾸 아른거려서 이불에 밴 강추의 냄새를 맡고 있다. 이 냄새도 언젠가는 사라질테지. 이제 나는 너를 무엇으로 기억해야할까. 눈 내리는 밤. 또 한 번의 앓음이 시작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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