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즐기고 심취하고 사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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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즐기고 맛과 향에 탐닉하고 내가 손수 그 음식을 만든다는 것. 그러한 행위와 과정은 참으로 아름답고 목가적이며 육체와 영혼 모두의 기운을 한 차원 높은 상태로 끌어올려주고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의식/무의식적인 유대감과 영적 교류를 이끌어내며 그 시대, 그 문화권의 색깔을 개인의 혀와 손끝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음식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먹고 맛보고 즐기며 소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정신적 고양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음식이 정말 맛이 좋고 본인의 마음에 들어서 계속 찾게 된다면 그 음식의 맛, 질감, 향, 형태, 온도, 때와 장소, 상황 등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재구성하며 계속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만을 기억하거나 받아들일 수도, 더 나아가서 그 음식에 사용된 재료들, 음식을 만든 방법들, 음식의 기원 등등 그 음식의 전반적인 레시피와 배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의미와 문화를 흡수하게 되며 나 자신의 한 차원 높은 도달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의 계기와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타코벨에서 진짜 멕시코음식 전문점으로 옮겨가고 멕시코 음식에 흠뻑 빠져서 그에 사용된 이국적인 재료들에 관심을 갖게 되고, 멕시코 문화를 접하고, 멕시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나라로의 여행을 꿈꾸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그러다 음식을 직접 만들게 되는 사람들이 있죠. 사실, 음식을 만드는 행위는 생존을 위해선 필수적인 행위입니다. 그래서 꼭 음식에 심취한 것이 동기부여 됨으로서 음식을 만들게 되지는 않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존만을 목적으로 음식을 만들었다면 인류의 음식 문화는 발전을 하지 못했겠지요. 음식에 심취하고 탐미하며 자신이 살아온 문화적 배경과 철학, 영혼을 녹여내며 꾸준히 발전을 이어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음식 문화의 깊이에 빠지게 되면서 나 자신도 기존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고, 재료들을 다루며 이해해보고, 요리가 되었을 때의 맛과 향을 느끼고 내 것으로 하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그 음식의 함축적인 의미를 몸과 영혼 전체로 더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혼자 먹든, 나를 비롯한 남들에게 대접하려는 목적이든 음식을 할 때에는 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과 정성이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뒤집어서 얘기하자면, 본인이 음식을 하는 전반적인 행위와 결과가 그 대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수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정신적, 육체적 집중과 노동을 필요로 합니다. 어떤 음식을 만들지 메뉴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그 음식에 대한 여러 레시피 중 가장 적당한 것을 선정하거나 자신만의 최적화된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본인만의 성공적인 레시피라면 그 의미는 더 깊겠죠), 알맞고 좋은 재료를 고르고 준비하는 것, 음식을 할 공간을 확보하고 도구들을 관리하는 것,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대접을 하는 대상의 입맛에 대한 배려. 이 모든 것은 아무리 그 음식 자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도 (나 자신을 포함한) 대접하려는 대상에 대한 마음이 없으면 이루기 힘든 과정이라고 봅니다. 본인 스스로에 대한 예시를 들자면, 나 자신이 자기애가 충만하고 자존감이 높으면 음식 하나를 준비해도 좋은 재료, 좋은 레시피, 좋은 도구로 만들어서 그 음식을 정하는 단계부터 맛보고 먹는 단계까지 모두 즐기며 다시한번 자기애를 확인할 것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존감이 낮으면 대충 때우는 식의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고 금전적 지불을 통해 음식을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금전적 가치를 지불하기까지 행한 노동과 집중, 관심, 시간 투자를 생각해보면 본인이나 타인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음식이란 것은 사람의 영혼, 마음, 사상, 문화, 살아온 과정과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기질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함축적인 의미가 녹아있는 음식을 서로 나누고 함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가장 깊은 소통이자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저는 삶과 행복의 근간을 이루는 3요소를 술, 고기, 섹스라고 말을 하고 있고 그것을 표방합니다. 어찌 보면 매우 저차원적이고, 소비적이며, 단순하고 비생산적이거나 건강하지 못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 스스로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긴 하니깐요. 하지만, 제가 술, 고기, 섹스를 부르짖는 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음식에 대한 저의 생각과 상통합니다. 고기를 먹는 행위는 인간의 생명 활동에 가장 필수적인 영양분이자 재료를 흡수하는 행위이자 잡식을 하는 인간에게 있어 솔직하고 본질적인 행위 중 하나이며 그렇기에 본인의 기운을 채워주고 함께 나눌 때 더불어 생명이 고양되는 행위이고, 더 다양하고 더 맛있는 고기를 먹기 위한 노력과 시도, 포용은 위에서 이야기한 음식에 관한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술은 더 고차원적이죠. 달빛을 담아 마음과 시간을 듬뿍 주어 빚어낸 차가운 불이라는 표현은 술의 고차원적이고 더욱 함축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곡물을 시간을 들여 발효해서 알콜을 만들고 그 알콜에 재료와 담그는 이의 마음을 담아내고 또 증류하고 숙성하여 응축시켜서 나누며 열리게 하는 술이라는 인류 최고의 발견과 산물은 가히 신의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생명 활동의 정점이자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행위이자 신체와 영혼의 가장 다이내믹한 반응이자 행위인 섹스는 그 대상과의 모든 차원을 아우르는 대화이자 본능과 날것이 가장 솔직하게 만나 충돌하고 섞이고 나누고 하나 되는 교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세 가지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중요하게 여기고 표방하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저차원적으로 소비를 할 수도,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높이 올라갈 수도 있기에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제게 있어선 그 의미가 더 큽니다. 그러니, 겨울이 지나 꽃피는 3월이 오면 본격적인 양산박모임을 주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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