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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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나이 고등학교 2학년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울생활을 정리하시고, 큰이모가 살고계셨던 충북 청원에 미원면이란 동네로 내려가셨다. 오랜 병을 앓으시던 어머님께서 서울공기가 너무 답답하시다 하여 물도 나오지않던 방 2칸짜리 농막을 사서 내려가셨다. 큰형님과 살다가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내려간 그곳. 이모집에서 처음 본 조그마한 여자아이. 나랑 2~3살정도 차이나는것 같았다. 자그마한 체구, 유난히 하얗던 얼굴, 가느다란 손목 잘 하지도 않았지만, 하더라도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 별로 말도 못해봤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그때. 집에 물이 안나오다보니 이모네집에 물지게를 지고가 쌀을 씻어 바가지에 담고, 펌프질로 물통에 물을 채우는 동안 툇마루에 앉아 다리를 흔들던 모습을 흘깃흘깃 쳐다봤었지. 물지게를 본적도 없던 나에게 물지게질은 쉽지만은 않았다. 어떻게하면 한번이라도 덜 갔다올까 고민하던때 나타났던 그 아이. 그아이가 이모집에 온 뒤로는 시키지않아도 물동이를 가득 채워놓고도 한번을 더 갔다오는 그런짓을 하던...... 그리고 열흘도 지나지않아 그아인 이모집을 떠났다.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이모에게 들어보니 아파서 이모집에 잠시 와있었던 아이란다. 청천이라는 동네에서 왔었다고. 그때 이모는 침을 놓으실줄 아셨는데, 아마도 그때문에 이모집에 왔었던것같다. 그 하얀 얼굴은 아파서 그랬다는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때 말 한번 제대로 건내보지 못한걸 지금생각해보면 헛웃음이 난다. 몇년전 보은쪽에 일이있어 출장을 갔다오다가 한번 들려보았다. 다리도 넓게 다시 놓여있고, 길도 새로 뚫렸다. 새로 놓인 길이 어머니가 내려와 계시던 집터를 가로지르는 바람에 집은 없어지고, 이모집도 사라졌다. 역시 모든일은 때가 있는듯하고, 그걸 놓쳐버리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것도 안다. 그래서 살며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려 노력을 하지만 맘대로되진 않고. 주말 새벽, 여유로운 시간이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고등학교때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이름도 모르는 어떤 여자아이가 떠올라서 끄적거려봅니다. 별로 재미도, 두근거림도 없는 글이지만 그래도 제겐 추억인지라 혼자 얼굴에 홍조한번 띄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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