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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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행 한 장 주세요." '서울발 청양행 1시 20분.' 나와 그녀는 청양행 고속버스에서 보기로 했다. 그 버스안이 우리가 처음 보기로 한 공간이다. 버스표는 각자가 끊어서 타기로 했다. 난 편의점에서 천원짜리 커피와 얼음이 가득한 컵 하나를 사서 버스에 올랐다. 버스엔 시골에 사실 듯 한 할아버지 한 분과 휴가를 가는 듯 한 군인이 타고 있었다. 난 버스기사 손에 의해 반이 잘린 표를 받고 버스의 후미에 앉았다. 습기가 가득해 흐린 창문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밖엔 흐린하늘에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있다. '부르릉~' 버스의 시동이 걸리고, 이내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헝클어졌다. '1시 18분' 버스가 출발 할 시간이 다가왔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버스의 문이 닫히려 할 때 한 여인이 성급히 올라탔다. 플랫홈과 버스사이의 틈으로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다. 창넓은 모자엔 아직 흡수되지 않은 물방울들이 주르륵 흘러 버스바닥으로 떨어지고, 들어난 어깨위로 빗방울들이 맺혀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찌푸려진 미간으로 갑작스레 차가운 버스안의 냉기에 당혹해 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역시 반이 잘린 버스표와 좌석위 선반에 적힌 번호를 번갈아 보며 자리를 찾는 듯 하더니, 이내 후미쪽에 앉아있는 날 발견한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내가 있는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거울같이 반사되는 선글라스, 화장기 없는 뽀얗게 보이는 곱게 자란 듯 한 얼굴, 굳게 다문 입술, 가는 목과 움푹파인 쇄골, 한 손에 쥘것 같은 어깨. 흰색 브레지어가 비추는 검은색 나시같은 상의와 너플거리는 무릎밑까지 내려간 주름치마에 메니큐어를 바르지 않아 한 번 입에 넣어 빨아보고싶은 발가락이 다 보이는 슬리퍼 같은 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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